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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퍼펙트 베이비

책 구입 시기: 2013년 12월

 

이 책은 임신을 준비 중이거나 임신 초기 때에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의 첫 장에서 제일 먼저 말하는 것이 바로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태아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이기 때문이다. 

 

 


태아 프로그래밍은 태아가 자궁 안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태어난 이후의 삶을 계획한다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뱃속 환경이 불우하면 바깥세상도 힘들 것이라고 예측해서 그에 맞게 뇌와 신체발달을 적응시킨다는 것이다.

-p.23

 

위의 이론(바커 가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은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허무맹랑한 상상이라고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 중에 엄마 뱃속에 있었던 아이들이 태어나서 중년이 되었을 때, 다른 세대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쟁중에 태어난 아기들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 굶주림에 알맞게 적응되어 태어났는데, 태어난 이후의 삶이 풍족해짐으로써 기근에 맞게 프로그래밍된 신체가 적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임신 중인 산모가 제대로 먹지 못해서 작게 태어난 아기는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나 역시 2.7킬로그램의 작은 아기를 낳았고, 담당 의사로부터 작게 태어난 아기는 비만이 될 확률이 높으니 잘 관리해주라는 말을 들었었다.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자궁에서의 삶이 인생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칠 것이라 믿어왔다. 바로 태교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지금 그 혁신적인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신한 여성이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숨 쉬는 공기, 그리고 감정 또한 뱃속의 태아와 공유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가설로 출발한 태아 프로그래밍과 이를 증명하는 후성유전학의 힘이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의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인간 근원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려가고 있다. 인간의 건강과 행복은 유전자와 환경 그리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계, 즉 태아기의 경험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p.38/39

 

자궁 속 스트레스가 성격과 지능을 바꾼다

엄마가 임신 중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유아의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p.85

 

태아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불안전한 상황에 있으며, 임신 중 엄마에게 있었던 일이 평생에 걸쳐 아이에게 흔적으로 남는다.  -p.87/88

 

 

책의 1장부터 3장까지는 태아기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다.

임신 전 혹은 임신 중에 이 책을 읽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나름대로 태교에 신경 썼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예를 들면, 임신 중 음식에 대한 것)이 있어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가 아홉 살이 된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아마도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다시 읽지 않았을 거다. 포스팅을 위해 다시 꺼내 읽으면서 태아기를 다룬 앞부분이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후반부의 교육 관련 부분은 지금 나에게도 꽤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서 다시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의 0순위, 감정조절 능력

감정조절 능력은 아기 때부터 생겨난다고 한다. 이 시기에 제대로 감정조절 능력이 생기게 도와줘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중요하다고 한다. (모든 발달 과정의 근간은 부모의 애착인 듯하다)

올바른 애착관계가 형성되려면 수많은 육아서에서 말하고 있듯이, 아이에게 적절한 반응을 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울면 달려가서 어디가 불편한지 헤아려주고, 돌봐주어야 한다.

 

 

아이의 감정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놀이

 

인형 역할 놀이

엄마가 아이 역할을 하면서 놀이를 주도한다.

"엄마, 나한테 그렇게 말하면 난 속상하단 말이에요. 지금 내가 얼마나 슬픈지 알아요?" 하는 식으로 말함으로써 아이가 편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 무언가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은 버리는 것이 좋다. 

 

그림책 읽어주기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주인공의 기분은 어떨까?" "주인공의 기분을 말로 표현해볼래?"라는 식으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아이들이 다양한 감정의 세계에 조금 더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 단, 너무 잦은 질문은 아이가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한다.

 

함께 애니메이션 시청하기

"뽀로로가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그때 뽀로로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면 TV도 아이의 감정조절 연습에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순서대로 카드 뒤집기 게임

차례를 지키며 카드를 넘겨본 후 같은 그림과 맞춰보는 게임은 아이들이 흔히 접하는 놀이다.

순서를 지킨다는 것은 감정조절뿐만 아니라 사회성 발달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머릿속의 기억이 달아나기 전에 카드를 넘겨보고 싶은 욕구를 참는 연습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구가 카드를 맞히는 과정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는 배려심까지 기를 수 있는 놀이다.

 

 

책에는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소개한다.

아기를 낯선 공간에 혼자 두고 엄마가 나가는 것이다. 그럴 때 아기의 반응을 보는 것이 실험의 내용이다.

엄마가 나가자마자 우는 아기, 조금 후에 우는 아기, 울지 않는 아기.

엄마가 돌아오자마자 우는 아기, 울다가 금세 그치는 아기, 엄마가 와도 무덤덤한 아기.

어떤 아기가 제대로 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아기가 제대로 된 감정조절 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일까?

아기들의 모습을 관찰하던 엄마들은 엄마가 나가도 울지 않고 의젓하게 혼자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던 아기를 꼽았다.

하지만 의외로 엄마가 나가도 울지 않던 그 아기, 엄마가 돌아와도 무덤덤하던 그 아기는 가장 심각한 회피 애착 유형이었다. 어차피 울어도 엄마는 오지 않을 거라는 자포자기의 상태. 그런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까.

엄마가 없어도 울지 않고 있는 아기는 의젓한 게 아니라 안쓰러운 것이었다.

아기는 울고, 화를 내며 감정조절 능력을 익힌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운 세 살이 되면 소위 말하는 떼쓰기를 하면서 부모의 혼을 쏙 빼놓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말한다. 세 살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만 2세가 지날 때부터 아이들은 자기가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독립심이 생기고 스스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강해집니다. 그러나 그것이 좌절됐을 때는 그 좌절감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좌절을 분노로 표출하면서 떼를 쓰고 울고 화를 내는 것이죠.  -p.199

 

일단 아이들의 반항과 떼쓰기를 잘 넘기려면 지금 아이의 머릿속은 마치 사춘기 시절처럼 복잡한 회로가 이리저리 엉켜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네소타 대학교 심리학과의 마이클 포티걸 교수는 유아들의 옷에 마이크를 부착하고 다양한 떼쓰기 상황을 수집한 후 소리 분속을 시도했다. 그 결과, 떼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아이의 떼쓰기는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200/201

 

따라서 이때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도 자기가 왜 그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 오히려 떼쓰기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p.201/202

 

우선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괴로운 상태에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떼쓰기를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의 분노가 절정을 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순간 부모가 해야 할 첫 단계는 바로 기다리는 것이다. 분노가 지나가면 이제 아이에게 남는 것은 슬픔이다. 그제야 아이는 위안을 찾으려 하고, 이 순간이 바로 부모가 달래줄 타이밍이다.  -p.202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운 세 살. 뭐든지 "내가! 내가!"를 외치고, 자기 고집대로 하려고 하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하고, 이유를 모르게 떼쓰기도 하고, 아무튼 엄마가 너무나도 힘든 그 시기. 그런데 아이는 더 힘들다고 하니, 부모가 이해하고 참고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이가 세 살 때 내가 어땠나 생각해보니, 사실 조금 부끄럽다. 떼쓰는 아이에게 화를 낸 적도 많다.

아마도 그때 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었나 보다.

 

 

미운 세 살, 떼쓰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부모의 습관

 

아이는 선택할 수 있을 때 스스로 유능하다고 느낀다.

예> 손을 씻으라고 하는 대신 "곰돌이 비누로 닦을래, 야옹이 비누로 닦을래?" 하고 물어보자.

 

규칙을 정하고 점점 늘려나간다.

예> 과자는 식사 후에 먹기, 만화 시청은 하루 한 시간만.

규칙을 정하고 잘 지켰을 때 격려해주면 아이는 그때 받았던 행복한 기분을 기억하고 반복하려고 애쓴다.

 

떼쓰고 있는 동안에는 멈추라고 하지 않는다.

아이가 광분에 휩싸여 있는 동안 떼쓰기를 멈추라고 명령하거나 설득하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다.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떼를 쓰는 아이에게는 진정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잠시 기다려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가끔은 부모의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표현한다.

아이의 떼쓰기가 힘들다고 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벌을 주는 것은 아이에게 실망감을 주고 자칫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아이가 감정조절 능력을 키울 기회는 이미 물 건너간 셈이나 마찬가지다. 

"엄마도 화가 나는구나." "네가 소리를 질러서 머리가 아파."와 같은 식으로 부모의 감정을 말로 표현해주면 부모도 힘들다는 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벌주지 않고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부모가 아주 힘들 땐 일단 무시하자.

아이가 고집을 심하게 부리면 엄마도 덩달아 흥분해서 어찌할 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때 엄마까지 감정의 중심을 잡지 못하면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된다. 부모 스스로 지금 상황이 힘들다고 느껴지면 심호흡을 크게 하고 열까지 숫자를 센다. 이렇게 우선 부모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 낫다. 그래도 안 되면 잠깐 아이로부터 멀리 떨어진다. 물론 이때도 아이의 시야에는 항상 머물러 있어야 한다.

 

 

사회성 발달에는 놀이가 최고

 

놀이라는 것을 흔히 마음의 음식이라고 표현하거든요. 우리가 음식을 잘 먹을 때 몸이 튼튼해지는 것처럼 아이가 놀이 활동을 충분히 하게 되면 그만큼 건강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p.271

 

요즘에는 아이의 사회성을 기른다는 이유로 '좋은'친구들을 골라주려는 부모들도 있는데, 전문가들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조언한다. 좋은 친구들만 선별해서 짝을 지어주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목표로, 설령 가능하다 해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서는 평소에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친구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도 중요하다. 숙명여대 아동학과 이영애 교수는 진정으로 아이의 사회성에 관심이 있다면, 아이 스스로 친구에게 다가가고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부모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p.275

 

 

배움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

 

자꾸 똑똑하다는 말을 듣는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도전정신'이 싹틀 공간이 없다.  -p.314

 

아이들에게 '똑똑하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들었다.

똑똑하다는 말을 많이 들은 아이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쉬운 것만 하려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려운 문제를 풀다가 자칫 틀리기라도 하면 자신의 '똑똑함'이 부정당할까 봐 그렇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를 칭찬할 때에는 구체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한다.

시험을 잘 본 아이에게 "역시 똑똑해. 잘했어."라고 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구나."라는 식으로 노력한 과정을 칭찬해주라고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칭찬은 얼마나 자주 하느냐보다 얼마나 진정성 있게 구체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실제로 적지 않은 부모들이 아이를 몰아치는 이유가 남들에게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잘하면 부모 자신도 뭔가 위치가 상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미래에 대해 위협을 많이 느낄수록 자녀에게 강요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p.339

 

 

이 글을 읽고 아이가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볼 때마다 탑 반인지 아닌지에 일희일비하는 나 자신이 떠올랐다.

지금 당장 아이가 탑만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떤가. 게다가 학원 탑반이 이제 겨우 아홉 살 아이를 몰아칠 만큼 중요한 것인가? 지금 잘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뒤쳐지게 될 거라는 나의 불안감. 이게 책에서 말하는 미래에 대한 위협일까?

사실, 바로 이 부분을 포스팅 제일 위에 쓰고 싶었다. 

처음 이 책을 사서 읽었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이 글귀가 지금 내 마음에 가장 많이 와 닿는 글이 되었다.

나는 또 내일 학원에 전화를 해서 테스트 결과에 대해 질문하겠지만,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가 학령기에 접어들 때까지 꽤 긴 기간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흥미롭기도 하고, 흔하지만 중요한 (여러 육아서에서 나오는 얘기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특히 포스팅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책을 통해 이 이야기들도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