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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이야기

운명은 바뀔 수 있을까?

언론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67퍼센트가량이 일 년에 한 번 이상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는다고 한다.
- 「사주명리 인문학 p.6」

 

 

 

 

나는 일 년에 한 번 이상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는 67퍼센트가량의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갈 때마다 비슷비슷한 뻔한 얘기를 듣지만 그럼에도 해마다 점집을 찾게 되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나는 원래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희망적인 얘기를 듣고 싶다.
안 좋은 이야기들도 듣게 되지만, 부적을 써야 한다거나 굿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말은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당초 그런 말을 하는 곳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안좋은 일이 있더라도 (있을 것 같더라도) 조심하면 된다는 조언을 듣는다.
그리고 잘 될 거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나는 점집을 찾는 이유가 심리상담가를 찾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운명은 숙명(宿命)과 다르다. 숙명은 '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 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말한다. 태어난 생년 월시의 별자리로부터 영향을 받아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운명에는 변화가 함께한다. 이를테면 사주팔자 여덟 글자 중 금(金)이 6개, 화(火)가 2개라면 이 사주의 주인공은 금의 기질, 성격, 특성을 타고난 것이다. 이것은 숙명이다. 여덟 글자에 도화살이 강하다면 타고난 끼 즉, 기(氣)가 넘치는 사람이다. 끼가 넘치니 주색잡기에 빠지거나 유흥업소에 종사해 바람둥이, 술주정꾼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도화살이 강하다고 해서 꼭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넘치는 끼를 잘 활용해 연예인, 예술가, 성형외과 의사, 헤어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이것이 타고난 숙명을 극복할 수 있는 운명의 힘이다. 「사주명리 인문학 p.14」

 


운명은 바뀔 수 있을까?
위의 글 대로라면 운명은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운명을 바꿔서 도화살이 강한 사람이 바람둥이나 술주정꾼이 되지 않고 넘치는 끼를 잘 활용해 좋은 직업을 갖고 성공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숙명인 걸까?
어찌 됐든 사주를 보고 자신의 사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하고자 하는 일을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꿈도 해석하기 나름이듯 사주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스무 살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의 얼굴은 삶이 만들어 준다."
코코 샤넬의 말이라고 한다.

나의 삶은 나에게 어떤 얼굴을 만들어 줄까?
'곱게 나이 들어가는' 그런 얼굴이 되었으면 좋겠다.

 


꿈을 이겨 낸 정호
"요즘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모두 헛일이다. 너는 불운에 빠질 이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급제하기는 어려울 테니 일찌감치 공부를 포기하고 장사하는 법이나 배워라."
노론의 대가이자 영의정까지 지낸 조선 시대의 문신 정호(鄭澔)가 젊었을 때 겪은 일이다. 과거 공부에 매진하던 어느 밤 꿈속에서 백발노인이 나타나 이렇게 말한 것이다. 공부를 포기하라는 말에 놀라 정호가 노인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공부를 계속하고 과거에도 붙겠습니까?"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다만..."
"제발 가르쳐 주십시오."
"네 이름 호(澔) 자에서 가운데 흰 백(白) 자를 빼 버린 호(浩) 자를 쓰면 모든 운이 따를 것이다."
눈을 뜨자 마치 생시에 들은 것처럼 노인의 말이 뇌리에서 맴돌았다. 그 말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져 정호는 며칠 동안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결심한다. 이름을 고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학문과 이름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내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지식이 저절로 쌓일 리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 해 오던 공부를 접어 두고 어찌 상술을 배운단 말인가?'
이후 정호는 꿈속에서 노인을 몇 번 더 만났고, 똑같은 말을 들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이런 꿈은 앞으로 큰일을 할 자신을 악귀들이 시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훗날 정호는 영의정까지 올랐는데, 그의 굳은 의지가 불길한 꿈을 이겨 낸 것이다.  

「사주명리 인문학 p.397/398」

 


사주를 보고 점을 보는 것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얘기를 들으면 긍정적인 마음이 되고 힘이 생긴다.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은 성공 동력이 되어준다.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조심하면 된다. 일상을 조금 더 사려 깊게, 주의 있게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답답한 마음에 읽어 본 책에서 이렇게 또 위안을 얻는다.
책은 정말 좋은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