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행 슬로보트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도서관의 책들을 구경하다가 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이란 어떤 걸까?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 누군가 단호히 말하면 무심결에 "그런가?" 하게 될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다. 하나하나의 채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인간으로서의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고 무심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그럴 때도 있다). -p.15 나는 하루키의 단편과 에세이를 좋아한다. 별거 아닌 것들(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특별하게(그러나 무덤덤하게 표현하는) 쓰는 그의 반짝반짝하는 글들이 참 좋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진다. 그런 기분이 든다. 지금 내 고민들이 별거 아닌듯한 기분이. 나.. 더보기
쓸쓸하지만 쓸쓸하지 않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나의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글을 처음 읽은 건 스무 살이 되던 해였던 걸로 기억한다. 집에 꽂혀 있던 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그 책의 원제가 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그 후로 꽤 긴 시간이 지난 후였다. 아무튼 나는 상실의 시대를 엄청 지루해하면서, 그래도 읽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의 내용은 다 잊어버렸다. 단지, 내가 억지로 끝까지 읽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하루키의 책을 그 뒤로 읽지 않았다. 첫인상이 그닥 좋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만약 상실의 시대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 후로도 계속해서 많은 책을 읽었겠지만 말이다) 다시 하루키의 글을 읽게 된 건, 스물 다섯살 즈음이었던가. 누군가 내게 라는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이야기해 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