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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아이의 정서지능

두 살짜리 아이와도 대화하는 엄마

 

"못난이 오리라고 하네. 못난이라는 말은 좋은 말일까?"

"좋은 말 아니야."

"그래, 좋은 말 아니야."

"다른 애들이 오리를 잘 대해줬니? 괴롭혔니?"

"괴롭혔어."

"오리는 기분이 어땠을까?"

"슬퍼."

"그래 슬퍼. 그렇지? 외로움도 느꼈을까?"

"응."

"너도 외로웠던 적 있니?"

"아니."

"다른 애들이 오리를 놀리는 것처럼 너도 다른 아이들 놀릴 거야?"

"아니. 난 놀리고 싶지 않아. 아무도 놀리고 싶지 않아."

 

이 내용은 어느 유태인 엄마와 어린 딸의 대화이다. 엄마는 세 살짜리 딸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중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주는 시간보다 질문을 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때로는 세 살짜리에게 조금 무거울 수도 있는 질문을 엄마는 너무 자연스럽게 한다. 그러나 유태인 가정에서는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유태인 엄마들의 하루 생활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은 자녀들이 잠들 때까지 곁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다. 

소위 '베갯머리 이야기'라는 유태인 부모들의 전통 교육 방식인데, 아이와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낮에 야단을 쳤더라도 이 시간에는 따뜻하게 토닥여준다. 아이가 어릴 경우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p.164

이런 전통은 자녀들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표현력, 감정의 적절한 처리 능력을 길러준다. 또 표정과 동작, 감정 등의 교류를 통해 아이들이 상대의 정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아이들이 자신이 느끼는 바를 인지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건너뛰거나 피해가지 않는다. 그것에 대해 다각도로 이야기하며 엄마는 자신이 느끼는 바를 이야기해준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아이의 반응을 유도하고 감정을 교류한다.  -p.163

 

부모가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엄마가 감정을 많이 표현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수록 자녀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된다. 또한 정서적 이해 및 조절능력도 높아진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반드시 긍정적이고 밝은 감정만 표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슬픔이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까지 있는 그대로 표현할 때 아이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편안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부모를 통해 배우게 된다.  -p.196

 

 

감정코칭 5단계

 

1단계: 감정을 인식하는 단계

2단계: 감정적 순간을 좋은 기회로 삼는 단계

- 부정적 경험들은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다.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이해받았다고 느껴야 부정적 감정이 사라지기 때문에 아이의 부정적 감정이 고조되어 위험천만한 위기로 치닫기 전에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정이 격렬해지기 전에 해결하는 것이 위험부담은 줄이면서 문제 해결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3단계: 감정을 공감하고 경청하는 단계

4단계: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단계

-쉬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도록 한다. 

'화난, 슬픈, 두려운, 시샘하는' 등의 단어를 이용해 형태가 없고 불편하게 느껴졌던 자신의 감정을 정의내려보고 받아들이게 한다. 

5단계: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끌어주는 단계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임을 아이가 깨닫도록 한다.

 

정서지능의 시작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고 활용하는 능력, 이것이 정서지능이다.

타고난 기질을 바꿀 순 없다. 하지만 정서지능을 통해, 자신이 가진 기질을 좋은 기질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는 있다.  

 

 

정서지능이 높으면 성적도 높다

 

영국 센트럴랭커셔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파멜라 쿼터 박사 팀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시기에 있는 학생 86명을 5년 동안 관찰해왔다. 그리고 정서지능이 학업성적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관찰 결과, IQ는 높지만 정서지능이 낮은 아이들보다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들이 높은 성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중학교에 진학한 후부터는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들의 성적이 더 많이 향상되었다. -p.74

 

이 연구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학원 과정이 어려울수록 정서지능이 학업성적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인지력이 높은 아이는 학업 능력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서지능이 학업성취에 있어서 중요한 이유는 게임, TV 시청 등 유혹을 뿌리치고 집중력을 발휘해 오래 앉아서 공부를 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자기통제력이 높은 아이가 안정적으로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때의 자기통제는 감정의 억압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자기감정을 이해하고 분별력 있게 대응하는 것이다.  -P.75

 

정서지능이 높으면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서지능의 영향력은 성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들은 자존감도 높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열심히 노력해 학업성취도를 높이지만 최상의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격려하며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갈 줄 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낄 줄도 안다.

쿼터 교수는 정서지능의 핵심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있다고 말한다.  -P. 76

 

자기주도형 학습은 스스로 공부를 해나가는 학습을 의미한다. 자기주도형 학습을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목표의식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뚜렷한 목표의식은 자기가 해야 할 일, 자기가 달성해야 할 일, 자기가 완수해야 할 일을 잘 알아서 하도록 해준다. 또한 좌절, 귀찮음, 유혹과 같은 것들을 잘 이겨내도록 해준다. 

시간과 감정을 잘 관리하면서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은 자기주도형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러한 성향은 학업성취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기주도형 학습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정서지능이 이끌어가는 것이다.  -p.115

 

 

정서지능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능력이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아이로 키우려면 우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부터 알려줘야 한다.

 

감정교육에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아이를 지도하기에 앞서 부모가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화를 안 낼 수는 없다. 엄마도 사람이라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는 당연히 화가 난다.

그러나 바로 '그 화를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정서교육의 핵심이다. 

 

엄마가 화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배운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늘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때로는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럴 때는 아이가 부모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지 않도록 나중에라도 대화를 통해 아이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게 좋다.  -p.276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좋은 친구'가 되게 하라

 

부모들은 늘 아이에게 '좋은 친구를 사귀라' 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그렇게 주문하기에 앞서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돼라' 라고 조언하는 것이 옳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하려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게 해줘야 한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자주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려면 경청하는 법부터 가르쳐야 한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매일 학교에 가기 시작한 아이가 좋은 친구를 사귀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 바람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내 아이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춘기를 이기는 힘, 대화로 키운 정서지능에 있다

 

아이들이 친구에게 빠지는 것은 공부만 강요하는 가정과 학교에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대화 상대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세칭 '문제아 친구'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대화가 잘 통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질 나쁜 애들이랑 놀지 말라'고 꾸짖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심해야 하는데, 즉 아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가장 먼저 부모가 마음을 열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p.294

 

 

 

<사춘기를 이기는 힘, 대화로 키운 정서지능에 있다>는 총 5파트로 구성된 책의 말미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나 역시 사춘기 시절엔 부모보다 친구를 더 의지했다. 책에 나온 그대로, 그 시절 나는 부모님은 절대 나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어울리지 못하게 하는 친구들과는 몰래 만나기도 했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더 내 아이는 엄마인 내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자신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줄 거라고 믿어주길 바란다.

 

이 책을 사서 처음 읽었을 때, 아이는 2살이었다. 

당시에는 유아기 때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에 대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보았고, 지금은 초등학생 때 어떻게 해주면 좋은지를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다시 몇 년 후에는 아마도 마지막 부분인 Part5를 또다시 들춰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