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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아이의 자기조절력

책 구입 시기: 2014년 7월

 

저자는 어느 날, 교실붕괴의 현장을 직접 보게 되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너무 걱정되었다고 한다.

당시 저자는 1960년대 후반 미국의 학교 붕괴 참상이 떠올랐고, 그랬던 미국의 교육현장이 다시 변화한 모습을 보고 그 비결을 알기 위해 한일 양국의 육아 서적, 육아 전문교사, 교수들과의 담론, 미국의 연구보고 등을 종합 검토했다.

그 결과 문제는 아이들의 취약한 '자기감정 통제력'이었다.

 

교실붕괴의 원인, 그리고 우리 청소년들의 나약함, 충동성, 폭력 등의 주범이 어린 시절에 발달해야 할 뇌의 자기조절력 중추 발달 미숙으로 인한 통제력 부족임이 밝혀진 이상, 여기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시급하게 육아서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나는 지금 쫓기듯 이 글을 쓰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위와 같이 말하고 있다. 

'쫓기듯 글을 쓰고 있다'는 말에서 당시 저자가 받았을 충격과 두려움이 가늠되었다.

이 책이 나온지 십 년이 되어 간다. 그때의 학생들이 지금은 성인이 되어 있다.

문득, 언제부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묻지마 폭행, 여성 혐오 범죄 등의 사건이 떠올랐다.

자기감정 통제력을 상실한 채 성장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그러한 범죄를 쉬이 저지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비단 그러한 범죄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키며 자신과 주위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떨까. 

내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내 아이와 더불어 살아갈 또 다른 아이들 역시 제대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유치원과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부모의 교육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치원이나 학교는 보내야 한다.

왜냐하면 단지 학력만을 위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반드시 익히고 배워야 할 비밀 (안 보이는 학습)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른 아이와 함께 유치원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걸 배우게 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계산할 수도 없다.  아이의 성장에 이보다 좋은 보물 창고는 없다.

사회성의 발달은 물론이고 이 책의 주제인 통제력 발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는 곳이 유치원이고 학교다.

- p.216

 

여럿이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경우에는 구성원들의 각기 다른 의견도 경청해야 하며 자기 생각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 파악도 필수 요건이다.

저 사람이 저렇게 말하지만 저건 본심이 아니라는 것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것도 잘 듣고 참고해야 한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제멋대로 했다가는 합리적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

말도 배우고 논리적 구사력도 배운다.

유치원이나 학교가 아니면 배울 수 없다.

음악, 미술, 체육, 이 모든 과정에 주의력을 집중하고 정성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전두전야가 두루 활성화된다. 

떠들고 웃고 칭찬받고, 때로는 제지도 당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작업 기억이 강화되고 발달된다.

이것이 자기조절력을 키우는 큰 요소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p.217

 

 

작년 한 해, 학교에 간 날이 몇 번이나 될까?

아이들은 등교를 해도 짝도 없이 혼자 가림막을 단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들었고, 아이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쉬는 시간은 5분으로 단축되었다. 아이들은 아침마다 '친구들과 말하지 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5분 동안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몰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또 너무 안쓰러웠다. 

누군가는 학습격차를 걱정한다. 나 역시 걱정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리고 학습격차보다 더 걱정되는 건 아이의 사회성이다. 학습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이 걱정이다.

 

 

승부력 학습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참 이상한 광경을 봤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여덟 명의 아이가 나란히 결승점에 들어온 것이다. 모두가 1등이었다. 아나운서의 설명에 의하면 느린 아이에게 열등감을 심어줄 위험이 있어서라고 한다. 모두가 행복한 아이를 만들기 위한 교육적 배려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건 교육이 아니라 아이를 망치는 일이다. 어떤 교장이 그런 억지스런 발상을 했는지 한심했다. 

사회는 경쟁이다. 이것을 가르치는 게 교육이다. 공부이든 운동이든 경쟁이 있어야 아이가 발전한다. 

이기면 즐겁고 신나서 더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도파민이 펑펑 쏟아진다. 이게 강화학습의 기본 원리다.

인류는 이렇게 발전되어왔다. 경쟁의 승자에게는 자긍심과 보상이, 패자에게는 열등감이 주어지는 것이 경쟁의 기본이다. 아이가 달리기에서 꼴찌를 했다고 다른 모든 면에서 꼴찌는 아니다. 달리기 꼴찌가 그림 그리기에서는 1등일 수 있고 공부에서 우등생일 수도 있다. 공부는 꼴찌인 아이가 달리기에서 1등일 수도 있다. 그런데 모두가 1등으로 들어오게 하는 건, 달리기 잘하는 아이에게 1등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275

 

아이들은 4세만 되어도 기억력이 확실해지고 지적 호기심도 왕성해진다. 이때쯤 경쟁심도 생기기 때문에 패배하면 자존심이 상한다. 이런 마음이 '다음에는 잘해야지.' 하는 의욕에 불을 지른다. 웬만해서는 실패했다고 주저앉지 않는다. 

아이들의 타고난 복구력을 믿어야 한다. 사람은 타고난 강점 지능이나 재능이 모두 다르다. 한 분야에서 시원찮다고 다른 분야에서도 다 그런 건 아니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도 없다.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경쟁을 통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무엇이 왜 잘 안 되는지 확실히 알아야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고 뻗어나갈 수 있다.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건 경쟁을 통한 평가에서 가능하다. 

요즘엔 '평등'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인간이란 명제 앞에서 모두는 평등하다. 그러나 실력 면에서는 평등하지 않고 평등할 수도 없다. 모든 아이의 특성이 다르고 재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p.276

 

한 번 졌다고 영원한 패자는 아니다. 다음 기회가 있고 또 다음 기회가 있다. 한 번으로 결정 나는 게 인생이 아니다.

몇 번을 해도 이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아이에게 맞는 분야가 아닐 뿐이다. 다른 것에 도전해 봐야 한다.

학교 성적표는 아이가 장래 가야 할 길 선택에 더없이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학력은 물론 안 되는 부분, 잘되는 부분, 아이의 행동거지 하나까지 모든 걸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안 되는 부분들은 학교와 가정이 힘을 합쳐 잘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다. 잠시의 작은 상처를 주지 않게 하려는 그 마음씨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과잉 배려다.

그것이 오히려 아이를 망칠 수 있음을 기억하자.  -p.277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 <요즘 아이들, 요즘 부모들>에서는 요즘 부모들의 문제점(양육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핵가족화가 되어 조부모의 역할이 사라진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2부 <자기감정 조절력의 뇌과학>에서는 애정과잉형 양육과 방임학대형 양육의 문제점을 3부<자기조절력 결핍 증후군>에서는 각각의 사례를 통해 자기조절력 결핍의 원인과 대책을 제시한다. 

4부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서는 자기조절력을 발달시키는 양육법을 소개하고 문제행동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도 세세하게 일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은 4부에 총망라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성의 중요성, 사회성을 키우는 방법, 아이의 생활리듬과 학습력에 대한 이야기.

끝으로 아빠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까지. 

저자가 진심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음이 책을 통해 느껴졌다.

 

'사회는 경쟁이다. 이것을 가르치는 게 교육이다' 저자의 이 말은 어쩌면 꽤나 냉정하고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두가 1등', '모두 다 평등'을 외치는 교육이 과연 맞는 것인지. 그런 교육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어떻게 될지 생각해볼 문제다.

아이의 정서지능, 아이의 사회성, 아이의 자존감.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그리고 여기에 아이의 자기조절력 또한 포함된다.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점점 더 어깨가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