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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국제적 우등생은 10살전에 키워진다 (2)

1. 시계 보는 법, 안 가르쳐야 성공한다

 

시시때때로 시각을 일러 주되, 방법은 가르치지 마라

- 시계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무턱대고 시각만 말해 줄 게 아니라, 시계 보기를 아이의 일상 속에 자연스레 끌어들여야 한다. 시계를 가리키면서 "자, 일어나야지. 벌써 7시 30분이야.", "3시네. 간식 먹을 시간이다!.", "7시가 다 됐구나. 조금 있으면 아빠가 퇴근하시겠네." 하고 이야기해 주면서 시계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  -p.144

 

숫자를 익힌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매시 정각에 시계를 가리키며 시각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 

이때 큰 바늘이 12를, 작은 바늘이 7을 가리킬 때는 7시라고 읽는 것이라는 설명은 일절 하지 않는 게 좋다. -p.145

 

시계는 읽어 주되, 그 방법을 가르치지는 않는 것! 티저 광고처럼 아이들의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는 방법이다. 

'바늘은 분명 1에 가 있는데, 왜 '5분'이라고 읽는 걸까. 바늘은 11에 더 가까운데, 왜 11시가 아니라 10시라고 하는 걸까.' 바로 여기에 시계 보기와 수학적 사고의 교점이 생긴다. 아이들이 '왜?'라는 의문을 갖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시계야 때가 되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것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p.147

 

이 책을 읽었을 때가 아이가 서너 살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사용해보았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중에 이 시계 보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여섯 살이 되고 일곱 살이 되어도 시계를 읽을 줄 몰랐다.

'그냥 끼고 앉아서 가르쳐야 되나?' 하고 생각할 무렵,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시계를 읽을 줄 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아이는 시계를 읽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 효과가 있던게 아닐까 싶다.

 

 

2. 덧셈과 뺄셈, 절대 가르치지 마라

 

부모로부터 덧셈 뺄셈 요령을 배운 아이는 부모의 방법, 그 하나만 안다.

하지만 스스로 방법을 깨친 아이는 문제에 따라 전략을 개발할 줄 안다.  -p.165

 

 

3. 분수개념은 일찍 경험할수록 좋다

 

'절반'대신 무조건 '이분의 일'

 

일상에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분수를 이용해서 표현했다. '반', '절반' 이라는 말 대신 무조건 '이분의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 가령 색종이를 접을 때 "반으로 접어 보자." 하지 않고 "이분의 일로 접어 보자."라고 말했다. 사탕 네 개를 보여 주면서 "반만 먹어라." 하는 대신 "이분의 일만 먹어라."라고 했다.

'이분의 일'이 무슨 뜻인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반'이나 '절반'이라는 말도 애초에 설명 없이 그냥 쓰지 않았던가.

어릴 때부터 '이분의 일' 이라는 말을 자주 듣다 보면 그 개념을 스스로 깨치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p.173

 

이 방법도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 했었다. 정말 어색했다. 

우유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다 안마셔도 돼. 이분의 일만 마셔."라고 말하고, 피자 (피자는 이런 상황에 활용하기 정말 좋은 재료다)는 "세명이니까 삼분의 일씩 나눠먹자." 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게 왠지 어색하고 쑥쓰러워서 자연스레 흐지부지 해졌다.

내일부터 다시 '절반' 대신 '이분의 일'이라고 말해야겠다. 아이가 '엄마가 왜 저리지?'라고 생각하려나??

 

 

일상에서 분수 배우기

 

  • 분수, 만4세 부터 가르쳐라

- 다른 건 몰라도 개념 잡기만큼은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분수의 경우는 되도록 일찍, 욕심을 내면 만 4세부터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다고 기호를 써서 가르치라는 게 아니다. 아이와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자연스레 '이분의 일', '삼분의 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그 개념을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 분수를 이용한 표현을 많이 써라.

- 사과, 케이크, 피자 등을 반으로 자르면서 "이분의 일로 잘랐어." 라고 말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이는 앞뒤 정황으로 무슨 뜻인지 감을 잡는다. 그렇게 스스로 개념을 터득하는 게 진짜 공부다.

'이분의 일'이라는 말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삼분의 일', '사분의 일'. '오분의 일' 등에도 익숙해지도록 도와주자.

 

  • '이분의 일'이 더 클까? '사분의 일'이 더 클까?

- 아이가 일상에서 분수로 표현하는 일에 익숙해지면 좀 더 욕심을 내 보자. 

"엄마가 지금 사과를 자를 건데, 이분의 일 먹을래? 사분의 일 먹을래?" 하고 물어본다. 

아이가 어려워하면 실제로 사과를 잘라 '이분의 일'과 '사분의 일'의 크기를 서로 비교하도록 도와준다.

 

 

4. 소수 개념, 유아기에는 어느 정도 가르칠까?

 

자극은 주되, 아이가 호기심을 나타낼 때까지 기다려라

- 소수를 사용하기 가장 자연스러운 상황은 뭔가를 측정하고 눈금을 읽을 때다. 하지만 처음부터 소수 읽기를 가르칠 게 아니라 당분간은 눈금을 어림해서 읽어 주는 게 좋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수학이 언제나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결과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넓이나 부피, 길이나 높이 같은 크기 등을 어림짐작해서 활용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로 어림해야 적당한지 스스로 판단할 줄도 알아야 한다.

2) 아이 스스로가 눈금을 정확하게 읽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할때까지 기다린다. 소수 개념을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의 호기심을 유도하는 게 수학적으로는 더 의미 있다. 

따라서 "12.9킬로그램이구나."하고 읽어 줄 게 아니라 처음에는 "거의 13킬로그램이구나.", "13킬로그램이 조금 못 되는구나." 식으로 어림해서 읽어 주는 게 좋다. 소수 읽기는 아이가 호기심을 나타낸 이후에 가르쳐도 늦지 않다. 

 

소수 눈금 읽기부터 시작하고 개념 익히기는 천천히

- 소수를 읽게 되었다고 개념까지 익히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개념까지 가르치려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자, 봐라. 1센티미터는 1밀리미터 눈금이 10개가 모여서 되는 거야. 그러니까 1밀리미터는 0.1센티미터고..." 식으로 설명하면 효과도 없을뿐더러 백이면 백 아이의 흥미를 잃게 만든다. 소수를 읽을 기회는 자주 주되, 개념은 아이 스스로 깨치도록 기다려 주는 게 좋다.

 

포스팅을 위해 책을 다시 읽다보니 책의 뒷부분은 대충 읽었었는지 앞부분에 비해 깨끗했다.

그래서인지 어림해서 읽어주라는 얘기는 전혀 기억에 없었다.

나는 평소에 어림해서 읽어줄때마다 정확하게 읽어줘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수학은 정확해야 하는데, 엄마가 이렇게 수개념 없이 어림짐작으로 '20킬로그램 조금 넘었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의 이 부분을 읽고는 마음의 짐을 덜었다.  야호!!

 

 

5. 수학 우등생이 되려면 수학 경시 대회는 필수다?

 

수학 교수 아빠로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수학 경시 대회에 내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p.201

 

저자는 아이들이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하면서 '난 왜 바보처럼 이런 문제도 못 풀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자신이 수학을 엄청 못한다는 오해를 하게 되고 경시 대회 준비를 하면서 오히려 수학에 자신감이 점점 없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경시 대회 문제는 아이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결국 어른에게 풀이 방법을 배워야 하고, 그로 인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게 됨을 지적한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 끝에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게 바로 수학 경시 대회 준비의 정해진 수순이다. 하지만 수학 문제 푸는 것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면 수학 경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구태여 반대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관심이다.  -p.202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나서 나는 아이를 경시대회에 내보냈다. 그리고 해마다 1~2번씩은 나가기로 아이와 약속도 했다.

얼마 전 경시대회를 본 아이는 문제가 어려운데 쉬웠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우리는 서로 예상 점수를 수첩에 적고 제일 근사치로 맞춘 사람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아빠가 제일 낮은 점수를 나는 중간, 아이는 제일 높은 점수를 예상했고, 선물은 아이에게로 돌아갔다. 아이는 이번 시험에서 입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엄마 아빠와 점수 맞추기 게임에서 이겼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했다. 

경시대회 준비는 따로 학원을 보내지는 않았다. 기출문제집 한권을 사서 아이 혼자 풀게 했다.

틀린 문제는 다시 또 혼자 풀게 했다. 그래도 또 틀리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이건 엄마 아빠도 못 풀거 같아. 문제가 너무 어렵네." 하고 그냥 넘어갔다. 이런 방법이 잘못된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가 경시대회를 지양하는 이유는 아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빼앗고, 수학적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을 걱정해서이다. 지금처럼 그냥 경험을 쌓는다는데 의미를 두고 참가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6. 수학 잘하려면 예습보다 복습을 해라

 

 

선행 학습, 모래 위에 집 짓기

 

- 수학 교육학자 리처드 스켐프는 이해를 '관계적 이해'와 '도구적 이해'로 구분하였다. 

'관계적 이해'는 개념이나 원리를 잘 이해한 경우를 말하고, '도구적 이해'는 일정한 공식에 따라 기계적으로 답을 구하긴 해도 그 원리를 정확히 깨닫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선행 학습을 하면 '관계적 이해'를 하기보다 '도구적 이해'를 할 가능성이 높다. 선행 학습의 포인트는 속도에 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기보다 풀이 방법을 가르치고 이를 반복 훈련시켜 단기적인 성과를 노린다.  -p.205

 

당장은 성적에 꽤 효과가 있는 듯 보여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한계가 드러난다. 

원리와 개념을 모르니, 문제가 조금만 바뀌어도 풀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데 있다. 

누군가는 '과도한' 선행 학습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1~2년이나 진도를 앞서 달리는 게 나쁘지, 방학을 이용하여 한 학기를 미리 공부하는 정도는 성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과도하지 않은 선행 학습이라는 게 있을까? 1년이건 6개월이건 진도를 앞선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과도한 것이다.  -p.206

 

방학 중에 수학 공부를 시키고 싶다면 한 학기 진도를 앞서 나갈 게 아니라 전 학기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게 낫다.

하교 후 공부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면 다음 날 무엇을 배울까 살펴보기보다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남보다 빨리'가 능사는 아니다. 학습에서만큼은 '남보다 깊이'라는 말이 더 의미 있다. 

앞으로만 달리기보다는 계속 되새기고 되돌아보며 충분히 소화해 낼 때, 비로소 지식은 온전히 아이의 것이 된다.  -p.209

 

생각이 많아지는 부분이다. 나 역시 선행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위를 돌아보니 아이 친구들은 벌써 2~3년 선행을 나가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겨울방학을 이용해 한 학기 진도를 미리 나갔다. 

내가 겨울방학 때 헛발질을 한 걸까? 

그렇다고 1학기에 2학기 예습을 하지는 않을 거다. 한 학기 선행은 말 그대로 예습일 뿐.

학기 중엔 다시 현행을 해야겠다. 

초등 저학년 때에는 선행보다는 현행 심화+사고력!!

 

 

누군가는 초등학교 때 성적을 잡아 놓지 않으면 영원히 실패한다고 겁을 주면서 학원, 과외, 선행 학습 등을 해결책이라고 제시하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문제 푸는 요령만 익힌 아이보다 생각할 기회를 얻었던 아이가 중고등학교, 아니 빠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초등학교 성적표는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진짜 경기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p.215

 

맞다. 진짜 경기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건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지치지 않고 가는 게 중요하다. 

엄마도 아이도 지치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은 정말 유용하고 좋은 책이다. 아이의 유아기때 이 책을 알게 되어서 감사하다.

이 책에 나온 방법들을 다 시도해본 건 아니지만 몇몇 방법들은 그대로 적용했었고,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추천하는 방법은 시계 읽기, 분수 개념, 수 개념 등에 사용했던 방법들이다.

이제 다 컸다고 생각하고 잊은 채 지내던 이 유용한 방법들을 다시 한번 꺼내어 써봐야겠다.

내일 아침에는 "빵 이분의 일만 줄까?" 하고 물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