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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

책 구입 시기: 2020년 1월

 

일기 쓰기가 중요한 진짜 이유

 

1. 아이의 정서적 변비가 해소돼요

-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공부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친구랑 싸운 일, 동생에 대한 불편한 감정, 선생님께 야단맞은 일 등 일상의 사소한 일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성장 과정 중에 누구나 겪는 일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질 것 같은 감정들이다. 하지만, 아이 본인에게는 그냥 사라지는 감정들이 아니다. 

아이 본인은 지금 하늘이 무너질 만큼 큰일을 겪고 있는 것이다. 8살, 9살, 10살 어린 인생에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가장 믿고 있는 부모에게 하소연을 해보아도 사이좋게 지내라는 둥, 네가 잘못한 것이라는 둥 핀잔을 듣거나 야단맞기가 일쑤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저 꾹 참다 보니 스트레스가 점점 쌓일 수밖에.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나는 일기 쓰기를 추천하고 싶다. 일기 쓰기를 통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긴장되고 짜증 난 몸과 마음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풀릴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 일기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대부분 정서적인 변화를 보인다. 그 변화는 아이들마다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인 한 가지는 바로 정서적인 변비를 해소한다는 점이다. 일기를 쓰며 불편한 감정을 글로 정리하고, 또 누군가가 그 일기를 읽고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정서적인 해소를 경험하며 심리 치료를 받게 된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나 역시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지만 당시의 어린 나에게는 엄청나게 큰 고민거리였던 일들. 자신의 고민과 부정적 감정들을 일기장에 쏟아내며 위로받을 수 있다면 일기장은 최고의 친구이다.

기쁨도 슬픔도 아무 거리낌 없이 글로 써 내려가며 소통할 수 있는 친구.


2. 친구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어요

- 아이와 일기를 함께 쓰다 보면 무엇보다 감정코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감해 주기'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다. 일기를 쓰는 동안 "그랬구나!" 하며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공감의 표현을 할 수 있고, 일기장에 짧은 답글을 적어 주어 아이가 충분히 공감을 받았다는 인상을 줄 수가 있다. 예쁜 색깔 펜으로 적은 글씨 혹은 포스트잇에 적어 준 엄마의 짧은 피드백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치유 받고, 또 그 감정을 돌아보며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일기는 지극히 사적인 일들을 담아내기 때문에 아이는 일기를 통해 솔직한 속마음을 고백하게 된다. 이때 아이의 생각에 충분히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뭐 그런 걸로 고민하고 그러니? 시시하다, 얘." (X) 

"정말 고민되겠다. 말해 줘서 고마워. 엄마가 네 비밀 꼭 지킬게." (O)


'짜증 나'라는 말은 우리 집 금지어다. 며칠 전 아이가 일기장에 '짜증 났다'라는 말을 썼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짜증 난걸 짜증 났다고 해야지. '그때 짜증이 났었구나'라고 얘기하고 그냥 넘어갔다.

저자의 말처럼 일기장에는 무슨 말이든 써도 된다고. 일기장에 쓴 말로 엄마가 뭐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

 


 

3. 의사소통 능력이 자라요.

- 의사소통을 할 때에는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해 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표현력이 뛰어나면 생각을 전하는 것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일기를 쓸 때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어떤 형식의 글로 옮겨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소통의 기술을 키워 주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일기를 통해 품고 있는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해 내는 훈련을 한 아이는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소통에 능숙한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일기 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으로 꾸준히 써 볼 수 있는 글쓰기 연습 과정이다.

슬픔, 기쁨, 원망 같은 사소한 감정부터 독도, 환경오염, 역사와 같은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룰 수도 있다.

또 특별히 정해진 형식이 없기 때문에 편지글, 설명문, 수필, 감상문 등원하는 형식으로 마음껏 써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면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능력이 자라나게 된다. 특히 일기 쓰기를 누군가 함께해 준다면, 아이는 막연한 독자가 아닌 실제 자기 글을 읽어 줄 누군가를 설정하고 글을 쓰는 습관을 갖게 된다. 즉 실질적인 대상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상대에게 어떤 방식으로 들려주어야 효과적일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일기를 쓰는 과정과 더불어 엄마나 선생님의 코멘트를 통해서 아이는 다른 사람과 생각이나 느낌을 주고받는 훈련도 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을 넘어 사람들 각각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고,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며 조율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4.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 줘요

- 인문학적 소양의 핵심은 지식이 아니라 사고 능력에 있다. 물론 역사적 사실, 철학적 지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식과 정보는 컴퓨터나 책만 찾아보면 언제든지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정보와 지식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통찰력에 있다.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바라보는 시선 혹은 상황을 꿰뚫어 보는 능력은 인문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 즉 처음 접한 어떤 정보나 사실도 통찰력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인문학적 소양의 핵심이다. 이런 능력은 '생각하기'를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일상에서 발생한 사건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깊이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는 연습을 통해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기를 쓰며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생각하게 하기'이다.

그냥 스치고 지나갔을 사소한 일도 일기를 쓰는 동안 한 번 더 되돌아봄으로써 사고력, 관찰력, 비판력을 키우고, 진짜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통찰할 수 있게 된다.

 

5. 글쓰기에 흥미가 생겨요

- 어떤 일이든 경험치에 따라 실력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글쓰기도 많이 써 보며 연습하면 당연히 잘 쓰게 된다. 일기를 쓰는 아이는 그만큼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기를 많이 써 본 아이들은 글쓰기를 익숙하게 여길뿐더러 어떤 글의 형식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데 가장 좋은지, 자신이 어떤 글을 가장 편하게 쓰는지 알게 된다. 그러니 당연히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일기 지도를 하며 흥미와 관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칭찬'이다. 다른 방법보다 쉬운 반면 아이에게는 드라마틱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기 지도를 하면 글에 대해 칭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많이 쓰는 만큼 칭찬할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해서 칭찬을 많이 받고, 이것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아이는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느끼고,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6. 일기장은 역사책이에요

- 어떤 생각을 하며 성숙해갔는지, 생각하는 패턴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생각이 성숙해지고 있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바로 아이의 일기장이다.

아이가 쓴 일기장 속에는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 과정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고민했는지 그 흔적이 기록되어 있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어린 시절 일기장을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도 있고, 어른이 되어 시련이 찾아오면 일기장을 읽어 보며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다.

 

7. 일기만 잘 써도 아이의 성적이 올라요

- 일기 쓰기는 알고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일상적으로 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일기를 쓰며 문장에 익숙해지는 것은 물론 머릿속 개념을 글로 옮겨 볼 수 있다. 특히 학습 일기를 통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글로 정리해 볼 수도 있다. 수업 중에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도 일기에 쓰며 한 번 더 생각하고 정리하며 체계화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학습 일기의 주제는 국어, 영어, 수학은 물론 운동, 악기, 요리까지 무엇이든 좋다.

 

 

일기 쓰기 선생님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

 

1. 가르치려 말고 아이의 팬이 되어 주세요

- 가장 좋은 선생님은 아이가 신뢰할 수 있는 칭찬쟁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가 쓴 일기 글에서 잘 쓴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찾아내서 칭찬을 해 주는 것, 그것이 아이가 글에 흥미를 갖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다.

아이의 일기장에 팬이 되어 답글을 달아 주자.

코멘트를 달 때도 '좋다', '나쁘다'등의 평가보다는 아이의 감정에 대해 반응해 주는 것이 좋다. 

틀린 맞춤법, 틀린 문장을 하나하나 꼬집어 빨간글씨로 고쳐 주는 행동은 절대 피해야 한다. 일기장에 표시된 빨간 글씨는 그 자체로 아이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대신 아이가 일기를 다 쓰고 나면, 아이 스스로 소리 내서 읽게 해서, 비문이나 틀린 맞춤법을 스스로 고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어떻게 코멘트해 주는 것이 좋을까? '입장 바꿔 생각하기' 이 짧은 문장만 잘 지키면 어려울 것이 전혀 없다. 아이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아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코멘트로 달아 주면 되는 것이다. 엄마가 먼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다.

 

2. 화내지 않기! 기다려 주기! 인내하기! 보상하기!

- 사실 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쓰기이기 때문에 엄마가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처럼 보여도 아이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오가고 있다. 일기장을 앞에 두고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마는 뭐라 하실까? 선생님은 뭐라 생각하실까?' 등등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런 아이에게 화를 내는 순간, 아이의 마음은 닫히고 일기는 고통의 숙제가 되어 버린다. 오히려 일기장에는 어떤 생각도 마음껏 담을 수 있고, 심지어 욕을 해도 야단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기장에 쓴 내용을 두고 나중에 문제 삼는 것도 옳지 않다. 당장은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아이 스스로 자정 능력이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지 아이가 선뜻 마음을 열고 자신의 비밀을 엄마와 함께 나눌 수 있게 된다.

 

3. 글을 못 쓰는 엄마도 자신감을 가지세요

- 글을 못 쓰던 사람도 글쓰기에 대한 좋은 기억을 반복하면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믿게 된다. 아이가 즐겁게 글을 쓰게 돕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글쓰기에 대한 좋은 기억을 반복하게 하는 훈련인 것이다. 그러니까,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별 상관없다. 부모라는 이유만으로도 아이가 글쓰기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평가는 절대적이다. 즉 아이들이 쓴 글에 좋은 평가를 많이 내리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다.

 

4. 아이를 위해 일주일에 3시간 투자해요

- 아이를 위해 발전적인 일기를 쓰기 위해서는 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관심 가져 주는 만큼 성장한다. 혼자서 잘 해주길 바라는 것은 그저 엄마들의 욕심일 뿐이다.

일기 쓰기를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부담가질 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 일주일에 3시간 정도만 아이를 위해 투자해 주자.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는 시간이다. 일기가 주는 효과에 비하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가능하면 아이와 일기 쓰는 횟수와 시간을 함께 정하고, 그 시간만큼은 꼭 지키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이를 처음 지도할 때는 절대로 욕심을 내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무조건 아이가 기분 좋게 일기를 쓰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아이가 '엄마랑 일기를 쓰니까 더 잘 써지고 재미있네!'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내 아이가 일기 쓰기를 좋아하게 하려면

- 엄마가 일기를 지도하는 최종 목표는 앞에서 말했듯 일기를 잘 쓰는 아이가 아니라 일기 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다.

 

1. 글로 이야기해요

- 만약 엄마가 논리적으로 아이를 설득하기 힘들다면, 한줄 교환 일기를 써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한줄 교환 일기는 한두 문장의 짧은 일기를 서로 번갈아 교환하며 쓰는 일기이다. 이 일기는 특히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를 일기 쓰기에 입문시킬 때 효과적이다. 짧은 한두문장으로 완성하는 일기라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반면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게다가 일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일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어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2. 일기장에 이름을 지어 주세요

- 일기장을 새로 마련했다면 일기를 쓰는 목적을 상기시킬 수 있는 이름을 지어 주도록 하자. 예를 들어 일기장의 이름을 <내 마음의 화장실>로 지었다면 뭔가 마음에 찌꺼기가 쌓였을 때 일기장에 비우겠다는 목적의식이 이름에서 느껴진다.

이름이 붙은 일기장은 아이에게 친근함을 주고 상상력도 자극한다. 

일기장에 이름을 지을 때는 엄마가 아이 일기장의 이름을 대신 지어 주기보다는, 아이에게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이름을 지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게 좋다.

 

3. 긍정적인 글감으로 장점을 찾게 하세요

- 일기 쓰기를 통해 아이가 장점을 찾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장점을 찾는 습관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점을 찾는 능력은 통찰력과도 연결된다. 통찰력이란 사물의 내적, 외적 속성과 구조를 꿰뚫어 보는 능력으로 본질을 파악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은 문제 해결과 학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원리가 된다. 뻔히 드러나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찾아내는 노력은 주로 장점을 찾게 하면서 길러질 수 있다.

아이에게 일기 지도를 하면서 장점을 찾는 통찰력을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긍정적인 글감을 찾아 일기를 쓰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 성격 중에서 좋은 점을 찾게 하고, 오늘 있었던 일 중에서 잘했던 일, 칭찬받았던 일, 즐거웠던 일을 찾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또 그것을 일기에 옮겨 쓰는 동안을 칭찬받는 즐거운 시간으로 인식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자유로운 형식으로 지루함을 줄여 주세요

- 아이가 줄글 일기를 지루해할 때는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쓰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일기장 한 페이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으로 콜라주를 하거나, 편지를 쓰거나 아이가 꾸미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일기를 자유롭게 구성해 보면서 창의력과 기획력도 기를 수 있으니, 아이가 원 없이 상상하고 또 그것을 표현하도록 도와주자. 뿐만 아니라 일기가 고루한 글쓰기가 아닌 재미있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 자유로운 글쓰기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학년에 맞는 지도법

 

1. 1학년 : 글을 먼저 쓰고 그림을 그리게 하세요

그림일기를 쓸 때, 글을 먼저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글쓰기의 관점에서는 더 교육적이다. 

'글을 먼저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과 '그림을 먼저 그리고 글을 쓰는 것', 언뜻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림을 먼저 그리게 되면 그림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정도로 글을 쓰게 된다. 하지만 글을 먼저 쓰게 되면 압축적으로 쓴 2~3개의 문장을 설명하거나 묘사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자신의 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자신이 관찰한 것을 하나씩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1학년때 그림일기를 통해 머릿속에 장면을 떠올리는 훈련이 되어 있다면 묘사력이 자라 훨씬 더 자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글을 쓸 수 있다.

 

2. 2학년 : 자유롭고 편하게 줄글 일기를 쓰게 하세요

2학년 일기 쓰기에서 꼭 해야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아이가 일기를 다 쓰고 나면 마지막으로 스스로 소리 내어 읽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의 일기 속에 틀린 맞춤법이나 잘못된 문장이 있어도 야단치며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다.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며 틀린 맞춤법이나 이상한 문장은 스스로 고치도록 하면 된다. 이것은 일종의 퇴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쓰는 동안은 편하게 쓰도록 하고, 다 쓰고 나서는 자신이 쓴 글을 객관적으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학년 때부터 자연스럽게 일기를 소리 내어 읽고, 발표하는 연습을 해야지 일기를 통해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3. 3~4학년 :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도록 도와주세요

글쓰기 요령을 본격적으로 연습해보는 시기가 바로 3, 4 학년 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현실과 상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기이므로 딱딱한 틀에 맞추어 지도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상상하는 내용을 자유롭게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상력을 제한하면 아이는 지루하게 느낀다. 이때 자칫 글쓰기에 흥미를 잃으면 앞으로 아이가 글을 쓸 때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이 시기에는 일기 쓰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다양한 글쓰기 형식으로 유도하여 글쓰기에 흥미를 북돋아 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4. 5~6학년 :  일기를 통해 생각을 키워 주세요

일기의 주제를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상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내용과 생각을 담아내면서 생각을 함께 키워 줄 수 있다. 또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 보면서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도 배우게 된다. 

또 한 가지, 가끔은 '나'의 이야기에서 관찰자 입장으로 바꾸어 글을 쓰면 도움이 된다. 소설의 시점으로 말하자면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글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객관적 사고가 가능한 시기이기도 하며, 이렇게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며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이제 아이와 함께 일기를 써 봐요

 

1. 날씨 표현하기

날씨를 쓰는 첫 번째 이유는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 이유는 변화를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날씨를 쓰면서 표현력을 길러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날씨 쓰기를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보는 눈'이다.

일기장에 쓰기 위해 매일매일 변화하는 날씨를 관찰하다 보면 섬세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보는 눈'을 키우면 단순히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 감각적이고 세밀하게 자신이 맡은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날씨를 구체적으로 쓰게 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13자 이상 쓰기'이다. 보통 날씨를 구체적으로 길게 쓰라고 하거나 감각적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힘들어하지만, '날씨를 13자 이상 써라'라고 하면 아이는 좀 더 쉽게 행동에 옮긴다. 13자 글자 수에 맞추어 글을 쓰면서, 생각하지 않고 대충 날씨를 쓰던 습관을 버리고, 글자 수를 세어 가며 풍부한 표현을 만들어 낸다. 

예> 하늘이 파랗다 → 방금 닦은 거울처럼 맑은 하늘

 

3. 하루, 하나의 글감 정하기

'글감 정하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일기 쓰기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글감을 정하고, 글감에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담아 주제문을 정하면 글의 방향이 결정되니 말이다. 

생각해 보자. 아이들이 일기 쓰기를 싫어하는 제일 큰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쓸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갔다, 학원 가고, 숙제하고, 밥 먹고, 일기 쓰고, 잠잤다.' 이런 뻔한 결과가 보통 초등학생의 삶이라는 점에는 부모님도 공감할 것이다. 가끔은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같지만, 막상 일기를 쓰려고 하면 정리가 안 되고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이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꼭 특별한 일만 일기의 글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옆에서 어떻게 도와주느냐가 중요하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 주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가 특별히 반응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주어야 한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 혹은 일상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작은 소재를 찾아 주는 일이 바로 일기를 지도라는 사람이 해 주어야 하는 일이다.

 

4. 정해진 글감은 주제와 주제문으로 방향 잡아주기

글감이 정해지면 그 글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담아낼지 방향을 잡아 주어야 한다. 보통은 '김치가 너무 매워요'처럼 글감과 주제가 한 번에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아지', '내 동생'등 막연히 글을 쓸 대상만 정해지는 경우에는 그 대상에 대한 진심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글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글의 방향을 잡아 주어야 한다. 

 

5. 주제를 품은 인상적인 제목 달기

일기에 제목을 달면 어느 내용에 대해 쓴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쓴 글에 스스로 제목을 달면서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제목은 글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글의 정체성이 명확하게 전달된다. 또 글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려면 인상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제목이 좋다. 그리고 개념어보다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간결한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경쾌한 글에는 경쾌하게, 무거운 글은 제목도 무게감 있게 달아주는 것이 좋다.

제목 짓기를 가르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서점에 들려 책의 제목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6. 첫인상을 심어 주는 시작 글

마들이 할 일은 '나는 오늘' 대신 글을 시작하기에 좋은 다양한 문장들을 찾아낼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주는 일이다.

'나는 오늘' 대신 일기를 시작할 때 들어가면 좋은 내용은 무엇일까? 막막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 장소, 사건, 인물, 인용 등 글을 시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 노오란 개나리가 아파트 곳곳에 피어 있었다. 햇살도 따뜻해져서 밖에 나가서 맘껏 뛰어놀고 싶은 날이었다.

 

직접 나누었던 대화, 다른 책이나 영화에서 접했던 문장, 속담, 명언 등 다른 사람의 말이나 다른 매체에서 본 문장을 인용하며 일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

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는데, 어제 내가 흔들리는 이빨을 망설임 없이 확 빼버렸다.

 

7. 본문 글을 빛내 주는 표현력 훈련

배려심을 길러 주는 설명하는 글쓰기

- 설명하는 글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을 상대가 알 수 있도록 하나하나 짚어 주는 소통 방식이다. 보통 일기를 쓰면 본인의 입장만 생각해서 써야 한다. 반면 설명하는 글은 독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써야 한다. 때문에 글을 읽는 상대, 즉 독자를 인식하고 충분히 설명이 될 수 있도록 친절히 글을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배려하는 배려심과 이해심을 기를 수 있다. 자신의 설명이 부족하진 않은지, 상대가 잘 이해할 수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글을 써 나가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쓴 글을 돌아보고 살펴보는 습관도 들일 수 있다. 또한 설명할 대상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므로 관찰력을 키워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스스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글을 쓸 때 길러질 수 있다. 그래서 엄마가 미리 '설명하기'에 관해 이야기해 주고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감각과 통찰력을 키워 주는 묘사하는 글쓰기

- 그림일기에서 그림으로 그리던 내용을 줄글 일기장에서는 글로 그려 내는 것이다. 보통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효과적인 묘사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림은 시각적인 표현에 머물러 있다면, 글은 오감,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까지도 표현이 가능해서 훨씬 풍부하게 그려 낼 수 있다. 글로 묘사를 하면 오감을 더 민감하게 단련시키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묘사 표현은 '보는 눈' 즉 통찰력을 키워 주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묘사를 위해 대상에 집중하면 평소에는 보지 못하고 지나갔을 법한 다양한 측면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된다. 사물의 색감과 촉감, 온도, 향기 등 다양한 기억을 떠올리고, 이것을 가능한 세밀하게 글로 그림을 그리듯 써 보는 것이다. 묘사하는 글을 쓸 때 가능하면 대상을 앞에 두고 냄새도 맡아 보고, 손과 볼로 촉감도 느껴 보게 하여 최대한 직접 체험하며 글을 쓰게 하는 것이 좋다.

 

8. 단어 채집 놀이로 어휘력 키우기

단어 채집을 위해 먼저 주제를 하나 정해 주어야 한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와 관련된 단어를 순서대로 말하는 것이다. 누가 더 많은 단어를 말하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아이가 다양한 단어를 말하도록 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게임을 진행하면 된다. 예를 들어 '색깔'을 주제로 정했다면 색깔과 관련 있는 단어를 순서대로 찾아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빨강, 파랑, 노랑 같은 기본 단어가 나오지만, 게임이 진행되면서 '노르스름한', '불그스레', '단풍빨강'같은 말맛이 좋은 단어들을 꺼내 놓는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단어들로, 언어의 방에 갇혀 있던 단어들을 꺼내 놓으면서 사용하는 단어를 확장할 수 있는 게임이다.

 

책에는 이외에도 실제 아이들이 쓴 일기가 예시로 실려있기도 하고, 각 학년별 일기 지도법도 아주 세심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단어 채집 놀이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면 아이와 꼭 해보고 싶어 진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굉장히 유익한 놀이인듯하다. 이 책에 나온 대로 아이와 함께 일기 쓰기를 하다 보면 논술 준비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의 교감과 학습 능력 향상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비책이 아닐 수 없다.

책에 나온 여러 가지 표현들 특히 날씨를 표현하는 말들은 평소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어서 신선했다.

일기 쓰기 지도로 고민된다면, 고민하고 있지 않더라도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학교 다닐 때 왜 맨날 일기를 써야 했는지 그 이유를 난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이가 왜 일기를 써야 하냐고 물으면 대답해줄 수 있게 되었다.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