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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놀이의 반란

책 구입 시기: 2014년 7월

 

요즘 아이들은 참 많이 바쁘다. 우리 아이도 그렇고 주변의 아이들도 모두 그렇다.

이제 겨우 2학년일 뿐인데 서로 학원 시간이 맞지 않으면 잠깐 얼굴 볼 시간도 없다.

학교 끝나고 30분, 학원 끝나고 30분. 조금 여유로운 날은 방과 후 1시간, 하원 후 1시간 정도 놀 수 있다.

아이가 놀 수 있는 시간은 하루 1시간에서 2시간 남짓이 전부이다.

이 얘기를 들으면 누군가는 노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놀라고, 누군가는 많이 논다며 놀랄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틈틈이 놀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게 맞는건지 나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렇게 30분씩 찔끔찔끔 노는 게 노는 거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두세 시간 쭉 놀 수 있게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그러려면 하루에 1개 이상의 학원은 절대 보낼 수 없다.

아니, 아예 학원을 보낼 수가 없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다 열심히 학원을 가고 공부를 한다. 간혹, "우리 아이는 학원 안 다녀요."라고 말하는 엄마도 있다. 그 엄마는 학원 대신 학원보다 더 열심히 아이와 함께 엄마표 공부를 한다. 

어젯밤엔 아이가 학원 숙제를 하다 보니 밤 10시가 되었다. 9시 30분까지 숙제를 끝내면 책 읽을 시간을 주기로 했는데, 결국 숙제를 마치자마자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자괴감이 들었다. 두려워졌다. 책 읽는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아이가 책 읽을 시간도 없이 학원 숙제만 하다가 잠이 든다. 물론 어제는 밖에서 많이 놀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해보지만, 그래 봤자 어제 아이가 놀이터에서 논 시간은 합쳐서 2시간 정도이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두 시간은 너무 많아. 한 시간만 놀리고 들어가야지."라고.

나는 사실, 아이를 더 많이 놀게 해주고 싶다.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고, 술래잡기도하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면서 좀 놀았으면 좋겠다. 그러고 집에 들어오면 쉬면서 책도 읽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쉬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말 놀이터에서 같이 놀 친구가 없다. 모두들 각자의 학원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학원에 가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학원 쉬는 시간에 아주 잠깐, 학원 버스를 타고 다니는 그 잠깐의 시간들이 아이들의 놀이 시간이다. 오늘따라 마음이 너무나 무겁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계속해서 의문이 든다. 

아이가 두 살 때 읽었던 책 <놀이의 반란>을 어젯밤에 다시 읽어보았다. 

자연 속에서 뛰어다니며 노는 외국 아이들의 사례를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하다가는 큰일 날걸? 그리고 독일이나 핀란드라고 모든 애들이 다 저렇게 놀기만 할까? 아마 하는 애들은 우리나라 애들만큼이나 하지 않을까? 어쩌면 더 치열하게 할지도 모르지.'라는 생각.

나의 마음속에서 두 가지의 생각이 자꾸만 충돌한다. 아홉 살 아이가 하루 종일 부지런히 움직여도 밤 10시는 되어야 일과가 끝난다. 정말 이게 뭘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을 다 끊고 실컷 놀게 할 용기가 나는 없다.

엄마들은 말한다. "애들이 놀 시간도 필요하지, 그래야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엄마들은 서둘러 아이 손을 잡고 학원으로 향한다. 

나 역시 그렇다. 오늘따라 더욱 마음이 무거운 건 오늘 날씨가 너무나 따뜻하기 때문일까?

이런 날은 실컷 놀아야 하는데 말이다.


'놀이를 한다'는 것은 '함께한다'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양보도 할 줄 알아야 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하고, 배려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론 상대와 경쟁도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도 해야 된다. 놀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러한 상호작용은 훗날 아이가 커서 사회에 나갔을 때 또 한 번 겪고, 행해야 하는 '생존의 기술'이다. 따라서 '놀 줄 모른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생존의 기술을 모른다'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즐겁고 행복하게 놀 줄 안다는 것은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줄 안다고도 말할 수 있다. -p.16/17

 

 

진짜 놀이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감하면서, 놀이를 즐기는 그 과정에 있다. 아이에게 말 그대로 체험학습은 학습인 것이다. 만약 아이와 체험학습을 하고 싶다면 아이에게 장소 선택권을 주고 그 장소에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아이가 원하는 곳을 간다면 아이는 그것을 소풍이나 놀이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부모가 정한 장소에서 자꾸 무언가를 학습시키려 한다면 아이는 그 장소를 놀이의 장소로 기억하지 않는다.

부모가 '이번 주에는 뭘 하고 놀아줘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놀고 싶어 할까, 어디를 가야 재미있어할까'를 먼저 생각하고 아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p.98/99

 

 

놀이에도 가짜 놀이와 진짜 놀이가 있다

아이는 자기가 시작하고 자기가 끝을 낼 수 없을 때, 그것을 놀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놀이는 아이가 그만두고 싶을 때 언제든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자유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놀이라고 할 수 없다. 만약 엄마가 놀이를 학습의 도구로 이용하게 된다면 아이는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결국 이것을 놀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놀이식 학습'등의 방법으로 놀이를 시작하게 되면 어찌 됐건 그날의 학습량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엄마는 놀이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다. 엄마가 놀이를 통해 과제를 요구하고 결과를 얻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놀이가 아니다. -p.148

 

진짜 놀이와 가짜 놀이를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아이가 놀이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느냐 아니냐다.

 

아이의 진짜 놀이를 위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1. 엄마가 놀이를 통해 무언가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건 노란색이야. 이건 굴착기야. 문어 다리는 8개야.' 이런 식으로 자꾸만 놀이를 통해 학습을 시키려고 한다면 놀이는 스트레스의 주범이 될 것이다.

2.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놀이 시간 동안 아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고 파악하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엄마가 정보를 주고 놀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아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준다면 엄마의 개입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스스로 놀이를 이끄는 주도성을 배우게 될 것이다.

3. 놀이를 통해서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옆에서 아이의 놀이를 지지해주고 아이의 표현을 칭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놀이를 하면서 느끼게 된 감정이나 놀이의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예> 점토로 무언가 만드는 놀이를 할 때 - "00가 지금 점토로 물고기를 만들고 있네요!"라고 말하며 아이의 상황을 아나운서처럼 읽어주면 된다. 엄마가 만드는 작업을 함께하는 것보다 아이를 바라보고 말을 걸거나 아이의 행동을 거울처럼 읽어주는 것이 아이의 자아를 더욱 견고하게 해 줄 수 있다. 아이는 그러한 놀이 방식을 통해 '아하, 지금 내 행동이, 내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나도 혼자서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아가게 된다.

 

 

진짜 놀이의 기본 방식은 부모가 무조건 따라가기다. 무엇을 일방적으로 주도하거나 가르치기보다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그냥 따라가면 된다. 

다만, 아이들이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아이는 진정한 자기를 만나기 위해 놀이를 한다.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한 경계선을 부모가 분명히 구분해줄 필요는 있다. 예를 들어,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 수는 없다는 사실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주거나, 사람이 자동차보다 더 빨리 달릴 수는 없다거나, 자동차를 들어 올릴 수는 없다는 사실 등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감, 현실 능력 등을 키워주면서 진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아이의 진짜 놀이를 돕는 부모의 올바른 행동 요령

1. 너무 많은 놀잇감을 사주지 마라

놀잇감이 많이 주어지게 되면 다른 아이들과 협동해서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그것을 진행하기 어렵다. 엄마, 아빠 역할을 나눈다거나, 자동차 놀이를 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만든다거나, 여러 가지 놀이 상황을 만드는 데 있어 한계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너무 많은 놀잇감을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의 놀이를 제한하는 것과도 같다.

 

2. 놀이하는 시간을 빼앗지 마라

아이가 잘 놀 수 있도록 놀이 시간을 제공하고, 아이가 원하면 부모가 놀이에 함께 참여하고, 다양한 놀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놀이를 제공하는 부모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TV나 스마트폰과 같은 상호작용이 없는 기계를 제공하는 것도 모두 아이들의 놀이 시간을 줄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3. 놀 수 있는 공간을 제한하지 마라

모든 공간이 놀이하는 공간이라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도서관이나 정숙해야 하는 공공장소를 제외하고 말이다. '꼭 방에 들어가서만 놀아라. 실내에서만 놀아라. 거실의 이 부분에서만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한 모든 공간에서 아이가 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아이들의 놀 권리를 존중하라

아이들에게 놀 권리가 있다는 것을 부모가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놀이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먹고, 마시고, 입고, 잠자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놀이에 대한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아이의 놀이를 존중하는 것이 부모들이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의무이다.

 

두뇌발달에 따른 연령별 놀이의 진화

 

1. 24개월까지 감각 운동기 - 탐색놀이, 반복 놀이

12개월 전후의 아이들, 이 또래 아이들의 놀이엔 특징이 있다. 장난감을 쥐어주면 입으로 먼저 가져가고, 일부러 떨어뜨리거나 던지기도 하고, 같은 동작을 여러 차례 반복하기도 한다. 이것이 오감의 뇌가 발달해가는 과정이다.

 

2. 25개월~48개월까지 전조작기 - 상상놀이, 역할놀이

이 시기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보면, 지식과 경험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알 수 있다. 소풍놀이는 이 시기의 아이들이 흔히 하는 상상놀이의 일종이다. 아이들은 보자기를 바닥에 늘어놓고 그 위에 방석을 올리며 소풍놀이를 한다. 보자기는 강이 되고, 방석은 징검다리가 된다. 책에서 얻은 지식이나 과거의 경험들을 놀이로 재현한 것이다. 이러한 놀이의 반복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불완전했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

역할놀이도 이 시기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 가운데 하나다. 역할놀이는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아이는 스스로 엄마가 되거나, 의사가 되거나 때론 간호사,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역할을 놀이로 표현함으로써,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3. 48개월 이상 전조작기 - 협동놀이

친구와 함께 놀이를 할 때 의견이 충돌하거나 마음이 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아이들은 이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친구들과 함께하기 위해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판단력이 길러진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힘도 생기게 된다.

 

뇌의 발달에 따른 놀이의 변화는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24개월 이전에는 오감놀이, 48개월까지는 체험놀이, 48개월 이상이 되는 시기에는 경험이 되는 놀이가 중심이 되어야 뇌의 발달에 맞춰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다. 

 

좋은 장난감을 선택하는 방법

- 진짜 놀이를 이끄는 진짜 장난감

장난감을 봤을 때, '이것을 가지고 00을 할 수 있겠다'라고 딱 떠오르는 장난감은 좋은 장난감이 아니다. 장난감의 의도가 한눈에 보이는 것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없고 목적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놀이가 단조로워질 수 있다. 당연히 놀이가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다. 이러한 '목적이 있는 놀잇감'의 반대는 '개방적인 놀잇감'이다.

개방적인 놀잇감이 곧 좋은 장난감이다. 개방적인 놀잇감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밀가루 반죽이다. 이밖에 물, 모래, 기타 주면에서 볼 수 있는 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개방적인 놀잇감은 특별하게 어떤 목적이 주어지지 않아서 아이가 이 놀잇감을 가지고 스스로 목적을 만들어서 놀이를 할 수 있게 된다. 반죽만 할 수도 있고, 동물을 만들 수도 있고, 소꿉놀이에 활용할 수도 있다. 생각을 통해 장난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렇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불러일으켜 놀이를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 좋은 장난감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좋은 장난감은 바로 친구들이다. 또래 아이들은 서로를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