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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메타인지 학습법 - 생각하는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를 만든다

책 구입 시기: 2020년 3월

 

작년에 우연히 TV에서 이 책의 저자인 리사 손 박사의 강연을 보았다.

<메타인지>라는 말을 처음 접한 나는 강연 내용을 들으며 메타인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 졌다.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바로 책을 주문했고, 총알배송으로 도착한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사실, 처음 읽었을 땐 조금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뭐야, 내가 본 강연 내용이 전부잖아!'라고.

그런데 몇 개월 후 다시 읽었을 때는 이상하게도 처음 읽었을 때보다 깊이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 포스팅을 위해 다시 이 책을 읽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책 내용에 공감하게 되었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자신의 양육 경험을 실예로 들어가며 메타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들(아이의 유치원 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이나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담 등) 이 어려울 수 있는 책의 내용을 친근하게 전달해 준다. 더불어 아이를 키운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나만 어렵고 두려운 게 아니라는 생각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까지 쓰지는 못했지만, 나의 기억 속에 잘 담아두었다가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참고하도록 해야겠다. 

언뜻 가볍게 읽히는 책이지만, 되짚어볼수록 가볍지 않은 책이다.

 

 

많은 부모가 메타인지를 키우면 아이가 '더 빨리 배울 것' '시험에서 100점을 맞을 것'이라는 수단-목적 프레임으로 메타인지를 바라본다. 하지만 메타인지의 진짜 목적은 '메타인지를 키우는 과정이 바로 배움의 과정'임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모르는 시기'가 있다. 아이 스스로 지식을 습득해 그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아이가 배워나가는 과정에 참견하고 싶은 부모의 욕심을 버리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상상 이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아이 스스로 성취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 주어야 한다.

 

메타인지도 아이 스스로 발견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 스스로 메타인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허락하는 것뿐이다.

 

 

불안은 어떻게 학습되는가?

부모의 불안이 아이의 불안이 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자신의 불안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의 어떤 불안을 아이들이 보고 있는지, 혹시 아이들이 그것을 학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잠식하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 자신의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남들보다 자신의 불안도가 높다고 생각된다면 지금이라도 그 불안 요소를 파악해보자.

 

메타인지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초등 부모들이 착각에 빠지는 이유는 초등학생들의 빠른 학습 속도 때문이다. 빠른 학습 속도와 관련하여 아이들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첫 번째는 아이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친구들과의 경주를 재미있다고 여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습 수준이 어렵지 않아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학습을 끝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쉽고 빠르게 학습 목표에 도달한 아이들은 스스로의 성공에 도취되어 자기 자신을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위의 세 가지 특징을 모두 나타냈다면 부모는 메타인지를 연습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인 것이다. 자신이 해냈다는 기쁨에 젖어 있는 아이에게 정답을 찾는 데 한 가지 길만 있는 게 아님을, 다시 말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도 정답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부모의 노력으로 초등 저학년 때 메타인지가 연습된 아이들은 고학년에 진급해서도 '공부가 보통 일이 아님'을 '지금은 아닌 지식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릴 수도 있음'을 안다. 하지만 메타인지를 연습하지 못한 아이와 부모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엄청난 혼란을 겪는다. 

일례로 초등학교 때 제법 공부를 잘하던 아이들 중 상당수는 상급학교에 진학한 뒤 성적이 떨어진다. 성취 속도도 느려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속도전에 익숙한 부모와 아이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직접 공부하는 당사자가 아닌 부모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속도가 느려진 아이에게 "평소엔 잘하더니 요즘 왜 그래?" 혹은 "벌써 사춘기야?"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공부는 절대 빨리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엄청난 오해임을 아이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학습은 경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아이만이 또 다른 하나를 배울 수 있다. 학습이 경주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이기는 순간의 성취감에 취하기 쉽다. 그러나 학습은 마라톤이고, 짧은 성취감만으로는 이 길고 긴 경주를 버티기 어렵다. 부모 먼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성취가 좋은 머리를 이긴다

아이의 적성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

아이의 적성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에 몰입하고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지 등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문제는 아이의 성적과 부모의 불안감이다. 공부 외의 다양한 경험이 아이의 성적을 올려주진 않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공부 말고 너무도 많은 길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성취를 경험한 아이는 결국 학습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낸다. 좋은 성취가 좋은 머리를 이기는 셈이다.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쉬지도 말고, 조급함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속도와 깊이의 균형 잡기

메타인지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스스로 자기 수준을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학습은 재미만으로는 할 수 없다. 즐거운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진지해야 한다. 학습에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재미와 즐거움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이 경우에도 재미보다는 학습이 우선시돼야 한다. 아이에게 받아쓰기는 경주가 아니며 받아쓰기를 왜 배우는지 그 의미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게 먼저다.

아이들에게는 각자 제 속도에 맞춰 메타인지를 키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은 빨리 돌아가는 세상도 따라가야 한다. 이는 어른도 힘든 일이다. 내 아이를 도와주고 싶다면 제 스스로 속도와 깊이의 균형을 잡을 기회를 주자. 아이가 실패를 통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는 과정을 허락하자. 여기서의 '과정'을 다른 말로 하면 부모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이다. 따라서 '시간=아이를 향한 부모의 믿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창의력을 키우는 생각 습관

많은 부모가 자녀의 창의성이 높기를 바란다. 하지만 창의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는지는 알려하지 않는다. 창의성 또한 IQ처럼 타고난 능력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창의성이라고 정의한다면, '창의성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창의성은 아이들의 노력하는 과정, 어려운 문제를 대하는 태도, 실패에 따른 부정적 감정을 견디는 능력과도 관련이 높다. 어떤 연구자는 창의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균형 능력'을 꼽을 정도다. 여기서 균형 능력이란 실력과 문제의 난이도 간 균형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주어진 문제가 자신의 능력보다 쉬우면 쉽게 지루해한다. 반대로 자신의 수준을 능가하는 어려운 문제를 접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학습 속도 또한 더뎌진다. 때문에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려면 (혹은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아이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현재 아이의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하는 게 좋다.

더불어 많은 전문가가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창의성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자기신뢰의 힘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는 자기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을 믿기 힘들어하고, 공부를 할 때도 스스로 생각하기보다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의 말에 동의하고 따르는 편을 선택한다. 이 선택이 때로는 가장 안전한 길일 수도 있지만 메타인지와 관련해서는 가장 위험한 길이다. 

 

메타인지의 목적은 아이를 1등으로 만들거나 명문대에 입학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행복을 느끼도록 만드는 데 있다. 하지만 메타인지가 약해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 중심이 돼버린 아이들은 자신보다 옆 사람의 의견에 더 집중한다. 가족과 친구들의 말은 믿으면서 자신의 생각은 믿지 않는다.

 

 

아이의 메타인지를 우선시하는 부모인가?

외부의 요인으로 아이의 생각이 완전히 무시당했을 경우 부모는 그 누구보다 냉정해져야 한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시킬 수 있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때 부모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이는 같은 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무시하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는 지금도 선생님의 메일을 받았을 당시 속상하고 답답했던 내 감정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던 것을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감정보다 내 감정을 중시했다면 '우리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절대 몰랐을 것이다. 선생님과 상대 부모와의 충동이 두려워 그 상황을 피했다면 '감정적으로 친구를 때리는 나쁜 아이'라는 프레임에서 우리 아이를 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런 경험이 자꾸 쌓이면 아이는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아이가 유치원 때 일어난 일이다. 유치원에서 친구를 때렸다는 내용의 메일을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를 혼내기에 앞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물었다. 그 이유는 그만하라고 해도 계속 자신을 놀린 친구를 아이가 결국엔 때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러한 사건의 내용은 모른 채 '때렸다'라는 사실 하나만을 메일로 보냈던 것이다. 저자는 어찌 됐든 폭력은 나쁜 것이라고 아이에게 이야기해주고, 또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의 대처방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또 사건의 내막을 선생님께 알렸고, 상대 엄마와도 서로 사과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잘 마무리 지었다.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무시하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해준다. 

저자의 이 경험은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막상 내게 닥치면 별일 아닌 게 아니다.

나 역시 아이가 유치원 때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면서 읽었다.

또한 학교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에 더욱 집중해서 읽었다.

그때 당시 나는 상대 엄마에게 직접 전화를 받았었다. 우리 아이가 자신의 아이를 때렸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너무 당황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하지만 정말 다행인 건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다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유치원을 찾아가 그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고 교실의 CCTV 확인을 요청했다.

확인 결과, 그 엄마가 자기 아이의 말만 듣고 확인도 없이 내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다.

만약 지금 다시 그런 전화를 받는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하기에 앞서, 확인을 먼저 했을 것 같다.

정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별일이 다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동안 필요한 용기

아이에게 공부의 흥미와 재미를 선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문제의 답을 바로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학습 내용을 빨리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한다.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행위를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부모와 선생님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리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답을 찾아 외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답을 찾아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마다 혼자 힘으로 학습하면 생각하는 연습도 되고 스스로 얼마나 해낼 수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편하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단기간 집중 학습에 익숙한 아이들은 장기간의 분산 학습을 버거워할 것이다. 기억을 불러오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가 이런 순간을 잘 이겨내고 버텨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편한 벼락치기 학습으로 향하려는 생각을 되돌릴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숙련된 특권

메타인지 연구자들이 계속 반복해서 강조하는 표현이 한 가지 있는데, '바람직한 어려움'이 그것이다. 몇 번 이야기했지만 학습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며, 돌아가더라도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

공부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학습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누구도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부모라는 이름을 달고 겪는 모든 시행착오는 당연한 과정이자 바람직한 어려움이다. 아이들은 부모는 신이 아니며, 모든 문제의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이런 부족한 부모 모습이 아이의 메타인지 향상에는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부모의 행동'이다. 부모의 말은 아이들에게 '완벽한 말'로 들릴 확률이 높다. '밖에 나갔다 오면 손발을 닦아라' '저녁 먹은 후에는 숙제부터 하라' 등 평소 부모가 하는 말을 보면 틀린 부분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행동은 다르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할 때 길을 잘못 착거나 차에 기름을 떨어뜨리는 등 부모도 실수를 연발한다. 완벽한 말만 하는 부모, 무엇이든 익숙하게 해내는 어른도 실수와 수정을 반복하며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