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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슬로우 육아

수천 년 육아 역사에서 찾은 자녀 교육의 해답 <슬로우 육아>

 

진화는 아이들을 세상에 적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가 오래전에 버리고 떠난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했다.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삶의 조건들을 빠른 속도로 바꾸어 왔다. 언젠가부터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 인간의 유전자가 변화 속도를 따라 잡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딜레마에 처했다. 우리가 만들어낸 환경은 지극히 현대적인데 오래된 유전 장비들을 갖고 살기 때문이다. 머릿속에는 현대적인 생각이 가득한데 뱃속에는 낡은 감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p.64


육아에도 유행이 있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아이들을 그때그때 다르게 키우고 최신 유행 이론으로 시험해 왔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교육도 육아도 변해야 한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근본적인 문제들. 부모와의 애착, 바른 생활습관, 도덕성 등. 어쩌면 이러한 근본적인 것들 역시 유행에 따라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진화의 관점에서 아이의 행동 패턴과 그에 따른 육아 및 교육 방식을 이야기 한다.

그 관점이 꽤 흥미롭다.

진화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더불어 어떻게 아이를 대하고 교육해야 할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온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당시에는 별로 와 닿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당장 몇 개월 즈음엔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이 책을 읽어보니 지나간 시간들이, 그때 아이가 했던 행동들이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를 키우고 싶다. 우리 몸에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진화의 역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현대의 교육 방식과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과제가 될듯하다.

 


부모들의 대표적 걱정거리

1. 버릇이 잘못 들지 모른다는 걱정

아이들을 너무 자주 안아 주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부모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자고 큰소리로 울 때마다 안아 주고 오랫동안 젖을 물리면 "버릇이 잘못 들 수 있다."

어린아이들을 많이 업거나 안는 것, 보채는 대로 자주, 오래 젖을 물린 것, 소리 내어 울 때마다 서둘러 반응을 보인 것도 전부 나이 어린 호모 사피엔스라면 당연히 기대했을 지극히 정상적인 생명 프로그램의 일부분이었다.

부모 곁에 가까이 머무는 것은 아주 가까운 과거까지도 아이들의 생존 가능성을 가장 높여 준 보호 수단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이들이 부모 곁에 가까이 있다고 '버릇이 잘못 들'수 있을까?

오늘날의 아이들도 처음에는 일단 야생에서 살던 방식으로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확보하는 과정은 어쨌든 수유기를 벗어난 뒤에야 가능하다. 그때까지 아기들은 근본적으로 석기시대의 아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2. 말 안 듣는 아이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

→ 아이의 거부는 자신의 이해관계 다시 말하면 발달에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한 혁명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와 같은 선천적인 고집이 여전히 숨어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런 고집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이들의 발달을 촉진한다는 사실이다.

엄마가 한동안 자기를 쳐다보지 않고 다른 엄마와 수다를 떨면 즉시 대화를 방해한다. 물론 엄마에게는 짜증스러운 행동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매우 영리한 행동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하이에나가 몰래 아이에게 접근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3. 완벽한 부모가 되지 못한다는 걱정

이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근거 없는 걱정이다. 아이는 모든 것이 최적 상태가 아닌 '충분히 좋은'정도로만 갖춰져도 커서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4. 자녀를 제대로 후원하지 못한다는 걱정

 

 

이 모든 걱정거리가 새로운 교육 이론의 원료가 된다.

부모들의 이런 걱정거리가 교육시장의 투기꾼들에게 신선한 양식을 제공한다. 

이 걱정거리들은 하나같이 아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생긴 것들이다.

이 걱정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들의 역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수천 년에 이르는 세월을 넘어 존재의 명맥을 이어 왔다. 그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자기에게 닥친 여러 가지 도전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찾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장점들을 키워 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문제투성이와 약점 덩어리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랬다면 어떻게 지난날의 어려운 조건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앞으로는 이 걱정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아이에 대한 걱정들이 실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으면 한다.

 

 

아이들에게도 사회생활이 필요하다

다양한 나이대를 경험해야 사회성이 발달한다

부모들은 나이가 많은 손위 아이들을 말썽꾸러기나 장난감을 빼앗는 아이 정도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발달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이 성립한다. 나이가 다양하게 섞인 집단의 아이들이 오히려 서로를 격려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다양하게 섞인 집단의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 인내력과 창의력을 더욱 발휘한다. 섞여서 노는 것이 '같은 나이끼리 몰려'노는 것보다 아이 발달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나이대가 다양한 집단에 있으면 아이들은 배려와 공감 능력 같은 '사회적 속성'을 연습하고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경쟁하기도 하지만, 역할을 바꿔 가면서 서로에게 보호자, 본보기 그리고 도우미가 되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나이가 같은 아이 집단에 있으면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사회적 경험밖에 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이 필요하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운다

아이들에게 '사회적 두뇌'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아이들이 필요하다. 감정 이입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손위 형제 자매와 친구들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고 이해하는 것이 쉬워진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의 이해관계를 위한 계율이 된다. 어떤 교육 전문가는 "아이가 필요한 것을 부모에게 받기는 쉽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을 다른 아이들에게서 얻으려면 사회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사회적 안테나는 같은 눈높이에서 더 빨리 싹튼다.

 

아이의 잠재력을 높이는 방법

아이들이 성장하는 환경은 매우 다양하지만 적절한 발달을 위한 토대는 항상 동일하다.

1. 확실한 애착

젖먹이와 어린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보살핌을 받는 곳에서만 근원적 신뢰를 형성한다.

부모가 아이와 정서적, 육체적으로도 가깝게 지내야 한다. 또 아이는 부모를 신뢰하고 부모는 아이에게 민감해야 한다.

2. 다른 아이들

호모 사피엔스는 외톨이가 아닌 집단적인 존재다. 공감능력, 공정함, 집단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은 아이 집단의 사회적 뒤섞임 속에서 강력하게 형성된다. 무엇보다 다양한 발달 단계에 있는 아이들과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3. 공동체의 지원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자손을 공동체에서 양육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아이는 양육을 돕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곳에서 가장 잘 성장한다. 부모는 중요하다. 하지만 부모는 다른 친밀한 사람들이 도움을 줄 때에만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이런 안전망이 풍부할수록 어린이들은 더 잘 발달한다.

4. 자유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정한 자유로운 놀이 안에서 그런 환경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다.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바라던 세계를 창조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창의적으로 스스로에게 맞는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아이들에게는 놀이 공간이 필요하다.

5. 균형 잡힌 세계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아이가 왜 떼를 쓰고 고집을 피우는지, 사춘기의 아이들은 대체 왜 그러는지가 이해된다.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었다.

오히려 부모가 된 어른들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면서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또한 부모의 잘못은 아니다. 육아 공동체가 사라지고 우리 몸안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육아의 본능이 거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는) 수많은 육아서적에 의지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 생물학자 미다스 덱커스는 "금붕어 한 마리도 키울 수 없는 사람이 갑자기 자신의 혈육을 안게 되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인 건지 스스로 묻게 되는 건 당연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불안한 부모는 수많은 책을 보고 필요한 지식을 찾으려고 할지 모른다. -p.165

 

그렇다. 불안하기 때문에 책을 보고 답을 찾으려고 한다.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모두 정답은 아니겠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엄마가 처음이고, 불안한 마음을 나눌 방법이 없는데. 

옆집 엄마의 말보다는 책 속에서 답을 구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렇게 책 속에서 답을 찾고 위로를 얻으려고 헤매다 보면 또 이렇게 좋은 책과 만날 수도 있으니까.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 발달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나도 엄마가 되기 위한 발달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책은 흥미롭다. 내 아이의 몸 어딘가에 석기시대의 DNA가 남아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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