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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공부머리 독서법

책 구입 시기: 2019년 5월

 

책 읽기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대체 왜 책 읽기가 중요한 걸까? 대체 왜 부모들은 아이의 책 읽기에 전전긍긍하는가?

아마도 '책 읽기=공부'라는 생각에서가 아닐까 싶다.

책을 많이 읽어야 마음의 양식이 쌓이고 감성이 풍부해지고 등등의 이유가 아니라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곧 공부 잘하는 아이라는 인식. 책을 많이 읽어야 공부를 잘한다는 생각, 앞으로 점점 더 논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국어를 잘해야 수학도 영어도 잘할 수 있고, 국어를 잘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니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기승전 공부의 이유가 있다. 

 

아이들은 눈치가 참 빠르다.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의 이런 생각이 아이를 책에서 더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을 따로 빼고, 책을 읽히기 위해 학원을 보낸다.

그런 아이들에게 독서는 공부의 연장일 뿐이다.

그런데 정말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어떨까?

책을 읽으면서 쉬고 싶어 한다. 책을 읽는 시간이 곧 쉬는 시간인 것이다. 

공부를 하다가 쉬고 싶을 때 책을 손에 든다. 

언젠가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이런 비슷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일 뿐이라고. 정말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틈틈이 계속 책을 읽을 거라고.

왜냐하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고 쉬고 싶어 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즐거운 아이라면 반드시 그리할 거라고 말이다. 

나도 그 글에 동의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 쉬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많이 읽어야 공부를 잘하게 되니까 책을 읽혀야지'가 아니라 책을 내 아이의 친구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엄마들이 아이에게 친구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듯이 말이다.

책이야말로 평생 배신하지 않고 도움이 되는 든든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질이 높은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은 자신이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부모의 잔소리가 왜 견딜 수 없게 됐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자신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대로 살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내 몸은 자라 어른이 되었는데 나의 상황은 여전히 초등학생 때와 다를 바 없다는 것, 그 괴리 때문에 짜증이 난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학교와 부모님이 있음을 알게 되죠. 학교는 왜 나를 옥죄고 부모님은 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는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대해 깊이 고민하다 보면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확장해나가면서 아이는 자신이 세상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세상과 줄다리기 중이란 것도 알게 되죠.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이 한 명의 개인임과 동시에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사람 중의 한 명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과장 없이 의식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알기 위해, 다른 이들의 줄다리기를 엿보기 위해 책을 펼칩니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과학책이나 철학책에 빠지는 아이들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압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많고, 그들로부터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p.216/217

→ 나는 이 '질이 높은 사춘기'라는 말이 너무 와 닿았다. 독서의 목적은 결국 이런 게 아닐까?

질풍노도의 시기가 왔을 때, 혹은 다른 힘든 시기가 왔을 때 책으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는 것. 책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그런 삶 말이다.

 

 

독서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를 독서가로 키우는 것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죠. 그러려면 두 가지 독서 생활의 대원칙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대원칙은 '재미'입니다. 초등학생이든 청소년이든 이 책이 아이의 지식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하는 생각은 아예 지워버리세요. 그런 목표의식이 끼어들면 들수록 독서는 학교 공부를 닮아갑니다. 독서가 학교 공부를 닮아가는 순간, 독서 교육은 폐업의 길로 접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재미있게 읽는 것입니다. 아이의 흥미가 가는 대로 읽도록 내버려 두셔야 합니다.

두 번째 대원칙은 '독서 최우선'입니다.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독서를 맨 앞자리에 놓아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자주 가세요.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도 좋고, 책을 빌려와도 좋습니다. 책을 고르실 때는 공부시키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으시고 아이가 어떤 책을 재미있어할까만 생각하세요.

아이가 좋다고 하는 책, 아이가 고른 책을 들고 도서관에서 나오시면 됩니다.  -p.181/182


아이의 독서 지도가 고민이신 분들은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속독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와 그 해결책, 학습만화에 대한 주의사항 그리고 책 제목대로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독서를 할 수 있는지 '독서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독서 교육에 있어서 첫 번째 대원칙으로 '재미'를 꼽았다. 

그런데도 책을 덮고 나면 또다시 독서와 학습을 연결 짓게 된다. 

어쩔 수 없다. 결국은 이 책의 제목도 <공부머리 독서법>이 아닌가.

그냥 최대한 아이에게 들키지 않게 본심(책을 많이 읽어서 국어를 잘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영어도 수학도 아무튼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그 마음)을 잘 숨기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목적이야 어떻든 책을 아이의 친구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부모로서 아이에게 큰 선물을 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책 고르는 능력은 숙련된 독서가가 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갖춘 아이는 부모님이 관심을 끊어도 계속 책을 읽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이내 책을 내려놓게 됩니다.

책 고르는 능력을 기르는 데는 왕도가 없습니다. 책 구경을 많이 하고 자주 골라보는 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부모님께서 해주실 일은 딱 두 가지입니다. 아이와 함께 자주 도서관에 갈 것,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것. -p.191


도서관도 좋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서점을 더 좋아한다.

반질반질한 새책들이 한가득 꽂혀있는 서점의 냄새가 좋다. 아이는 아이의 책을 고르고 나는 내 책을 고른다.

유튜브에 나온 독서지도 전문가의 말이 서점에서 아이가 고른 책을, 인터넷이 더 저렴하다고 해서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사줄게'라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그건 아이의 흥미를 빼앗는 일이 되는 거라고 한다.

물론 아이가 고른 책을 전부 다 사줄 수는 없다. 나는 아이와 미리 몇 권 살지를 정한다. 보통은 2~3권 정도 사준다.

더 사고 싶은 책이 있을 때는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거나 인터넷으로 사주겠다고 하고 집에 온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점에 가서 3권씩 책을 산다고 하면 만원씩만 잡아도 3만 원이다. 한 달이면 12만 원.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래서 나는 그 돈을 논술학원 대신 쓰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논술학원 대신 엄마와 함께 서점에 가서 많은 책들을 구경하고 직접 고르고, 빳빳한 새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는 재미는 논술학원 수업 못지않게 값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점에 가는 걸 '서점 나들이'라고 부른다. 아이는 서점 나들이를 참 좋아한다. 가끔은 서점에서 책뿐만 아니라 문구류나 장난감을 사주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아이가 서점을 좋아하는 건.

어찌 됐든 서점가는 걸 좋아하고 책 구경을 즐기고, 책 읽는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느끼게 된 건 큰 성과이다.

 

 

 

<독서 머리 공부법>은 분명 좋은 책이다. 그러나 어떤 책이든 무조건 내 아이에게 100% 적용할 수는 없다.

아이에게 어떻게 독서지도를 해야 좋을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러나 이 책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을 읽히는 궁극적인 목표는 그저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함이 아님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