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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고독력 - 자신만만한 아이로 키우는 엄마의 비결

코로나로 두문불출하던 작년 봄.

어느 날 문득 나만 혼자 아이와 덩그러니 남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번 그런 기분이 들기 시작하자 마음이 왠지 조급해지고 슬슬 불안해졌다.

마음이 맞지 않는 엄마들과의 교류에서 <코로나>를 핑계 삼아 떨어져 나왔던 나는 그 커뮤니티에 남아있었어야 했나 하는 불안함이 생겼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엄마인 나의 불안일 뿐, 아이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그렇다면 엄마가 좀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누군가 "혼자여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고독력>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끌리는 책이었다.

 

서문에서 저자 다케나가 노부유키는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고독이란 꼭 필요한 것입니다.라고.

 

 

1.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

 

'놀이터 데뷔'를 위한 분주함

- 우리나라에서도 '놀이터 데뷔'라는 말을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흔히 쓰는 말일까?

모르겠지만, 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놀이터 데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이를 처음으로 집 근처 놀이터에 데리고 가 노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이 문제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에 버금가게 엄마들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놀이터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러 오는 엄마들의 그룹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데, 그 사람들 틈에 엄마 자신이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바로 놀이터 데뷔에서 결정 나기 때문입니다.  -p.18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놀 수 있을까?', '선배 엄마들이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다른 엄마들 사이에 잘 낄 수 있을까?' 등등, 이는 남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입니다.

아이를 놀이터에 데리고 가 노는데 아이의 옷차림뿐만 아니라 자신의 복장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아내를 보면서 남편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p.19

 


나 역시 지금의 집으로 이사 와서 처음 놀이터에 나갔을 때의 어색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바로 길 건너 아파트로 이사했을 뿐인데, 심리적 거리는 너무나 멀었다. 

한동안은 원래 살던 아파트의 놀이터로 놀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매일매일 새로운 놀이터에 출석했다.  

놀이터 엄마들에게 생글생글 인사하고 (인사 뒤에는 침묵이다. 어색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모르는 척 물어보기도 했다. (단지 내 어린이집이 어떤지, 상가 떡집의 떡은 맛이 있는지 등의 사소한 질문들)

놀이터에 아무도 없을 때에도 아이와 둘이 나갔다. 매일매일 놀이터를 나가고 매일 매일 인사를 했다.

아이들은 금세 친해지고, 아이들이 친해지니 엄마들과의 대화에도 물꼬가 텄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길 건너 옛 놀이터는 더 이상 가지 않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놀이터 데뷔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자신감을 갖지 못하면 타인에게 의존하기 쉽고 과잉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과잉 커뮤니케이션은 쉽게 감정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관련 고민'을 낳는 원인이 됩니다.

역으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해 자신과 타인 사이에 선을 긋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만족스럽게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더욱 자신감이 없어져 자기를 부정해버릴 뿐입니다.

간단히 말해 커뮤니케이션은 너무 많아도 문제, 너무 적어도 문제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균형 잡힌 능숙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균형 있고 능숙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고독력'이 바로 그 열쇠입니다.

 

 

2. '고독력'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 고독을 오해하고 있다.

- 고독과 커뮤니케이션은 대립하지 않는다. 

 

아이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지탱하는 힘은 아이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집중력과 자신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혼자 놀기'라는 고독한 시간을 경험하고 나서야 생기는 것입니다. 

즉 능숙한 커뮤니케이션의 뿌리에는 고독이 있습니다.

이는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에게도 해당하는 것입니다. -p.39

 


외동아이들이 자주 듣는 말이 혼자라서 외롭겠다. 

친구 만들어 줘야 한다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외동을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꽤나 들었던 말이다.

난 오히려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아이를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아직은 친구보다는 엄마를 더 좋아하는 아이였으면 했다.

이런 내 생각에 불안이 엄습하기도 했지만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가 친구들하고도 잘 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다행히 책에서도 혼자 놀기의 중요성을 언급했기에 마음이 놓였다.

 


 

고독력을 잃어버린 엄마들

- 과다 정보가 낳은 불안

 

어설픈 정보들 때문에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하게 되고 쓸데없는 걱정들을 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불필요한 정보 때문에 느끼지 않아도 좋을 불안을 느끼게 된다면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의미가 사라지고, 만약 고독력이 있다면 그런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제 아무리 고독력 최강의 엄마라 할지라도 솔직히 단 한 번도 남의 아이와 비교하지 않는 엄마가 있을까 싶다.

다만 그러면 안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성적으로 막아내려고 노력할 뿐.

입 밖으로 끄집어내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노력할 뿐.

그러기 위해서 '고독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3. 고독력 있는 엄마가 아이를 잘 키운다

 

고독력이 넘쳐나는 아이들 

- 본래 아이들은 '고독력'이 넘쳐납니다. 이 힘을 충분히 발휘하게 해 줍시다. 그러면 아이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성장해갈 수 있습니다. -p.119

 

엄마 입장에서 보면 '혼자 놀기'='고독'='잘못된 것'='사회생활을 잘할 수 없다'라고 생각해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지만, 그것은 어른, 특히 고독력을 잃은 어른의 생각일 뿐입니다.

아이는 세 살 정도가 되면 단절적이지만 한두 시간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그림 그리기, 블록 쌓기 등의 놀이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는 자신이 성장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도중에 못 하게 하면 아이의 마음이 발달하는 것을 가로막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일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때마다 어른의 생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너무 걱정이 앞서 엄마가 손을 먼저 내밀면 아이의 고독력을 빼앗는 것이 될지 모릅니다. p.120~121

 

고독력이 있는 아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다.' '나 혼자 해보자.' 아이가 자신을 그렇게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바로 고독력입니다. -p.127

 

고독력의 유무는 아이를 아무것도 없는 자연 속에 놓아두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놀이 도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재미없다는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본래 아이들은 놀이의 천재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근처에 있는 것들을 가지고 만들 수 있습니다.

방망이가 필요하면 나무를 찾아서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는 상상력(창조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를 만들고자 할 때 '내가 해보자!', '해낼 거야!' '나라면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없으면 아무것도 만들어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자신감을 고독력이 키워줍니다. 창조력이 작동하지 않는 아이는 고독력이 없는 아이입니다. -p.130~131


놀이터에서 한참을 뛰어다니던 아이가 지쳤는지 바위에 걸터앉아 소꿉놀이를 시작한다.

아이 주위로 다른 아이들이 한 둘 모인다. 제각기 나뭇가지나 나뭇잎 등을 주워오고 놀이는 어느새 근사해진다.

조금이라도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이라면 플라스틱 장난감은 필요하지 않다고 느낀다.

숲에 가면 사방에 장난감이다.

 

책 말미에는 젊은 엄마들이 직면할 만한 고민 사례들을 모아 답변해준다.

현실이 이렇게 책대로만 된다면 애초에 고민도 없겠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한 번쯤 쓱 읽어볼 만한다.


 

Q 하루 종일 아이와 단둘이 있기 때문에 그런지 고립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효약은 한숨 돌리는 것입니다. 혼자가 되어 고독해지는 시간을 만드세요. 그리고 고독력을 발휘해주세요.

산책이라도 좋으니 일단 밖으로 나가봅시다. 이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립감이라면 큰 맘먹고 일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육아가 평생 계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의외로 충실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육아나 집안일을 적당히 하는 식으로 '편안하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p.158

 

 

여러 고민 사례에 대한 답변 중 가장 와 닿는 내용이다.

나 역시 아이와 단둘이 24시간 붙어 있던 그 시기에 일단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택했었다.

나는 거의 매일 집 근처 스타벅스에 갔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와 그래도 한 20분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었다.

그 20분을 쉬기 위해 아이에게 비싼 스벅 과일을 사 먹이고, 나는 카페인으로 에너지를 충전했다.

스타벅스는 나의 육아도우미 이자 휴식처였다.

그리고 집안일을 정말로 '적당히' 했다. 반질반질 깨끗한 집보다 지치지 않는 엄마가 중요하니까.

엄마가 지치면 짜증이 나게 되고 그 짜증은 결국 아이에게 향한다.

정성 담긴 음식보다 지치지 않는 엄마가 중요하다.

 

 

사실 이 책은 <고독력>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샀고, 뭔가 엄마들 사이에서 휘둘리지 않는 야수의 심장을 가진 엄마가 되는 비법 같은걸 원했는데, 그냥 소소한 육아서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도 읽고 나서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틀린 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조금 위로가 되었다.

아이에게 가장 든든한 친구는 부모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 이 고독한 시간들을 더 잘 활용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