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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책 구입 시기: 2014년 5월

 

아이 혼자 집 밖으로 내보내기 무서운 세상이다.

나는 아직도 아이 혼자 놀이터에 내보내지 않는다. 혼자 집 앞 슈퍼에 심부름을 보낸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바로 코앞에 학원도 늘 데려다주고 데리러 간다. 초등학교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데도 나는 아이의 등하교를 늘 함께 한다.

우리 동네는 아이들도 많고 비교적 안전한 동네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는 아이 혼자 집 밖으로 내보내는 게 무섭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너무 애를 과잉보호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의 자립심은 스스로 가방을 챙긴다거나 집안일을 돕는걸로도 충분히 기를 수 있다.

아이를 혼자 밖으로 내보내고 전전긍긍하느니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당분간은 계속 아이와 함께 다닐 작정이다. 

 

나는 평소에도 아이에게 자주 주의를 주는 편이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누군가 찾아오거나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에서 어른이 도움을 요청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쁜 사람은 얼굴에 '나쁜 사람'이라고 쓰여있지 않다고. 그러니 모르는 사람은 물론 아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고 늘 말한다. 이렇게 자주 말을 해줘도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게 되면 아이는 제대로 처신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런 궁금증을 이 책은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다. 대체 아이들은 왜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미국의 어린이 안전전문가 켄 우든은 우리에게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아동 대상 범죄자들은 어떤 아이를 범행 대상으로 삼을지를 거의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존감이 낮아 보이는 아이,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애정이 부족해 보이는 아이에게 접근했습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신을 좋아하고, 신뢰하게 될 것인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암시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런 범죄자에 맞서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야 할까요?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예방교육의 허점, 아동 성범죄 가해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충격적인 증언.

'아이의 하루'를 통해 따라가 본 안전의 공백,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 작은 부분들.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패턴을 따라가 보면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놀라운 진실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p.6/7


아이들은 낯선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얼굴에 상처가 있거나 험상궂게 생긴 사람, 모자나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 등 일반적인 평범한 복장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 낯선 사람,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이러한 이유가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된다. 그는 너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할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는 일방적인 교육이 낳은 결과라고 말한다. 

 

"누구나 anybody 낯선 사람이 될 수 있죠."

 

미국 아이들이 낯선 사람을 묘사하는 표현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Anybody. 즉, '누구나'였다.

누구나 낯선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낯선 사람이 특별한 Somebody였지만 미국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국 아이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어린이 안전 전문가인 켄 우든은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이 생각하는 낯선 사람 (왼쪽이 미국 아이들의 그림 오른쪽이 한국 아이들의 그림이다)

 

본격적인 교육에 앞서 기본적인 개념을 가르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교육입니다. 사람은 날씨와 같습니다.

인종과 머리카락의 색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변화무쌍한 날씨와 같습니다. 대부분의 날씨는 좋습니다. 그렇지만 가끔 허리케인, 토네이도, 눈보라와 같은 위험한 날씨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점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토네이도와 같이 위험한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p.36/37

 

 

아이들은 한 번 만난 사람도 아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부모가 가까운 사람이라고 소개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부모가 어떤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말을 섞는 것을 목격한 아이들에게 그 사람은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과 낯선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동시에 알려줘야 한 것이다. -p.42

 

 

강아지가 아픈데 좀 도와줄래?

내가 다쳐서 아픈데 좀 도와줄래? = 너는 착한 아이지?

길을 잘 모르는데 알려줄래? = 너는 똑똑한 아이지?

 

어른은 절대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교육해야 한다.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어린이에게 짐을 들어달라거나 모르는 것을 가르쳐달라는 식의 도움은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을 부모도, 아이도 함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p.52

 

유괴범이 아이들에게 잘 모르겠다면서 알려달라고 묻는 것은 똑똑한 척하고, 우쭐거리고 싶은 아이들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전술이다.  -p.55

 

 

굿보이 신드롬 - 순종적인 아이가 위험에 빠지기 쉽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 '말 잘 듣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랍니다. 아이는 결국 성장하면서 은연중에 착한 아이가 되어야겠다는 굿보이 신드롬을 가지게 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눈에 착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중요하고, 사람들의 '착하다, 잘했다'는 말에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경계해야 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유괴범이 아이로 하여금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전개하면 아이들은 낯선 사람 경계 모드에서 착한 아이 모드로 바뀌게 됩니다. 바로 낯선 사람의 요청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p.75

 

 

"직접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아이는 아니다."

어른은 아이에게 절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어른은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어른은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직접 해결하려 하지 말고 주위의 다른 어른을 찾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p.81

 


나는 많은 부모들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연령대에 맞는 예방교육법과 아이의 기질에 맞춰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교육시켜야 할지도 알려준다.

특히나 좋았던 부분은 '만약에 놀이' 였다.

아이의 판단력을 키워주는 '만약에 놀이'는 말 그대로 '만약에 할아버지가 무거운 것을 들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를 부모와 함께 놀이처럼 자주 반복적으로 하라고 일러준다.

만약에 놀이는 실생활에서 꼭 해야 할 훈련이다. 

 

그리고 역시나 아이의 자존감은 중요하다.

아이의 자존감이 위기의 순간에 방어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자신을 방어할 줄 알지만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자신을 방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갖지 않은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무서운 세상이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오랜만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무서웠다.

그동안 내가 너무 학습적인 것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반성하게 되었고, 이 책을 다시 읽은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당장 내일부터 아이와 등굣길에 '만약에 놀이'를 해야겠다.

그리고 지금 이 포스팅을 읽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책은 정말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EBS<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 제작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