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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육아서

엄마가 놓쳐서는 안될 결정적 시기

3~7세, 내 아이의 인성과 공부력을 키우는 시간

 

"아이를 다 키운 부모들의 말에서 다시 한 번 아이 키우는 지혜를 배워 보자.

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한다. 만일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와 눈 맞추며 웃고, 아이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고 맞장구치며 행복한 시간을 만들겠다고. 단순히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이 그리워서가 아니다. 그렇게 해야만 아이가 잘 자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끔 상담실에는 아이를 키우며 성적만 중요시하는 파행적 모습에 회의를 느껴 공부보다 인성을 강조하면서 키운 아이와 부모가 찾아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아이에게 공부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자유롭게 키웠는데 왜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까? 어릴 적부터 친구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자유로운 시간을 갖도록 배려하며 키웠는데, 아이는 왜 점점 친구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알 수 없는 불안과 우울로 힘들어할까? 

부모가 놓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고 싶어 하는가이다. 아이가 자신이 다양한 능력을 키워가며 잘 자라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인성만 강조하느라 아이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을 소홀히 하다 보면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는 것도 별로 없다는 생각에 주눅 들고 위축된다.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걱정되고 불안해진다. 부모는 절대 비교하며 키우지 않았다 해도 아이 스스로 자기도 모르게 또래 아이들과 비교한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 서서히 정서 면에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유치원 때는 놀려야 한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놀려야 한다. 이런 얘기를 종종 들었었다.

맞는 말이다.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놀이는 아이의 권리이다. 부모는 아이를 놀게 해 줄 의무가 있다.

그런데 마냥 놀기만 해서는 안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금세 받아쓰기가 시작된다. 그림일기도 내야 한다.

독서록도 써야 한다. 한글을 어느 정도 배우고 입학을 해야 이 모든 걸 따라갈 수 있다.

참, 1학년 때부터 알림장도 스스로 쓴다. 그러면서 국어 시간에 가나다라를 배운다. 뭐가 뭔지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아이를 놀리기만 하다가는 아이가 어떻게 될까?

초등 1학년 때 1+1을 배운다고 해서 정말 그 수준으로 입학했다가는 어떻게 될까?

유치원에서도 그보다 높은 수준의 수학을 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아이의 자존감을 생각한다면 마냥 놀린다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또 너무 아이의 학습에 치중하다 보면 그동안 아이와 쌓았던 애착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자신이 공부를 시키면서 보여 준 태도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학습에 대한 부모의 접근 방법은 배움에 대한 아이의 기본 태도를 형성할 뿐 아니라 그동안 엄마가 공들여 온 애착관계에 치명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토록 공들여 쌓아 온 애착을 공부를 시키면서 다 무너뜨려 놓고도 무너진 줄 모를 뿐이다.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문제집 채점을 아이가 잠든 후에 한다.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표정을 숨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에게 화를 낼 때도 있고,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면, 그건 또 그것대로 아이가 눈치를 보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잠든 후에 채점을 한다. 하룻밤 자고 나면 마음이 누그러져 있기 때문에 애써 표정관리를 할 필요도 없고, 화를 참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피아노를 봐주다가 화를 내고 말았다.

자꾸만 계이름을 틀리게 치는 아이에게 무서운 얼굴로 지적했다.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그러면 안돼. 그러다가 애가 피아노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어. 엄마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피아노는 그냥 틀리든지 말든지 알아서 치게 내버려 둬야 하나 싶다. (ㅜ.ㅜ)

 


 

무엇이 아이의 행동을 결정할까?

아이가 보이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혼내기 전에 잠시 생각해 보자. 아이는 그 행동을 어디서 배웠을까?

분명히 엄마 아빠의 말과 행동에서 배웠다. 온갖 올바른 것을 가르치려 애쓰지만, 정작 부모가 하는 말과 행동들이 아이가 부모의 기대와 전혀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든다. '우리 아이는 아무리 가르쳐도 왜 말을 안 듣는 거지?'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면 무엇이 아이의 행동을 결정하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유아기에 무엇을 배워야 할까?

만 0~1세  신뢰감을 심어야 하는 시기

만 0~1세는 신뢰감 대 불신감의 단계이다. 아이가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긍정적 발달과업은 신뢰감이다. 

아이는 엄마와의 안정적인 애착을 통해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 간다. 이 시기의 발달과업은 별로 어렵지 않다. 아기가 앙 하고 울면 "우리 아기 배고프구나"하며 젖을 먹이면 되고, 잘 먹은 아기가 또 앙 하고 울면 이번에도 미소 지으며 "시원하게 쌌구나"하며 기저귀를 갈아 주면 된다. 안아 주고 부비며 눈을 마주치고 이런저런 말을 걸어 주기만 하면 된다. 엄마가 미소 지으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 줄 때 아이는 만족스러워한다.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만 2~3세  자율성을 키워야 하는 시기

이 시기의 아이들이 하는 말을 보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내가, 내가, 내가"이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데도 뭐든지 자기가 하겠다고 떼쓰기 시작한다. 스스로 조작하려는 욕구가 강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만 4~5세  주도성을 키워야 하는 시기

주도성이란 아이가 자신과 자기 주변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주인이 되어 이끌어 가려는 태도를 말한다. 새로운 것을 해 보려는 호기심이 무척 많아지고, 내 것에 대한 애착도 강해지며,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떼를 잘 쓰고, 어른들에게 말대꾸를 많이 한다. 이 모든 게 문제 행동이 아니라 이 시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이 시기의 아이에게는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끝까지 해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조금씩 단계를 올려 가며 성취해 나가게 한다.

아이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너무 엄격하게 대하거나 심한 벌을 주면 아이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건강한 자아를 만들기 어렵다.

 

 

내 아이는 이미 아홉 살이다.

각 시기마다 신뢰감, 자율성, 주도성이 잘 키워졌는지 모르겠다.

어떤 때는 잘 크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흐뭇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잘 크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에 불안해지기도 한다.

 

 

혹시 당신의 아이가 이 시기를 지났다면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놓치거나 부족한 게 있었다면 지금부터 다시 채워 가면 된다. 각 단계의 발달과업은 그다음 단계에서는 고려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 늘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양육의 전제조건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아기에 아주 잘 자랐다 해도 치명적인 경험을 하면서 다시 불안해지는 아이도 있고, 반대로 유아기에 부족했지만 이후 좋은 양육으로 안정감을 회복하고 성숙해지는 경우도 많다.

 

 

부모라면 꼭 지녀야 할 태도 4가지

  • 명랑함 - 함께 웃고 유쾌하게 말한다
  • 수용 - 미소 지으며 아이 마음에 공감한다
  • 호기심 - 아이의 행동에 궁금증을 가진다
  • 공감 - 맞장구치고 감탄해 준다

명랑함은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책에 나온 예시를 적용해봐야겠다.

 

 

인성 교육, 언제 시작할까?

일반적으로 유아가 타인에 대한 이해, 즉 타인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에 비추어 공감하는 능력이 시작되는 것은 만 네 살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프로이트는 어린이가 자신의 잘못에 죄책감을 느끼고 양심을 발달시키는 시기를 네 살로 보고 이 시기를 '인성 발달의 결정적 시기'로 꼽았다. 

 

인성을 키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유아기 아이들에게 가장 쉽고 재미있고 효과적인 방법을 꼽으라면 '이야기 그림책'과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상상 놀이'다. 

 

이야기 그림책 비법 - 정서적 안정과 역할 연습

굳이 그림책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틀에 갇히지 말고 아이가 보고 싶어 하는 부분을 보며 읽어 주거나 말로 들려준다.

특히 옛이야기를 많이 읽어 주면 좋다. 옛이야기의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가르침이 유아기 아이들에겐 심리적 안정감과 올바른 인성을 자라게 하는 튼튼한 뼈대가 된다.

 

 

옛이야기에는 어른의 시각으로 읽으면 말도 안 되는 얘기들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시선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뚜렷한 권선징악 스토리에서 안도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라는 지극히 단순한 명제.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공부력이 결정되는 시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차를 보다 보면 <영어, 절대 사교육으로 시작하지 마라>라는 제목이 보인다.

나는 이미 사교육으로 영어를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에 굳이 다시 들춰보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은 건 아이를 영어 사교육 시장에 내보내기 전이다. 그럼에도 나는 사교육을 택했다.

선택은 결국 부모의 몫이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있어서 100%의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이 읽어볼 만한 책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을 취할 것인지는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