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 있는 제목의 예쁜 책을 발견했다.
김유라 김보라 이슬아 장혜영 손열음 전주연 자야 재재 이수정 등 9명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사실 나는 9명 모두를 알지는 못했다.
박막례 할머니가 손녀랑 유튜브를 해서 유명해진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 손녀가 '김유라'라는 사람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이슬아 작가는 얼마전 친한 언니로부터 그녀의 강연 영상을 받아 보아 알게 되었다.
세바시 강연이었는데 또박또박 마치 어린아이가 네모칸 공책에 꾹꾹 연필을 눌러 글을 쓰듯 말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그 강연을 통해 <일간 이슬아>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감탄했고, '그런데 어떻게 그 일을 그토록 꾸준히 할 수 있을까?' 하며 또다시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영화 <벌새>의 감독 김보라. 꼭 보고 싶은 나만의 영화 리스트에 들어있는 영화 <벌새>의 감독.
마지막으로 긴 설명이 필요없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까지.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그들의 생각과 삶을 살짝 들여다보고 싶었다.
괜찮아, 자신감이란 실패할 용기니까 / 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PD 김유라
사람들이 나이 드는 걸 너무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나이 든 나를 미워하게 될까봐 되게 걱정이었거든요.
근데 할머니는 자기가 70대란 걸 부끄러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으세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저도. -p.37
뭐든 하고 싶은 걸 주저 없이 빨리 해보고, 안 되면 말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너무 어려우면 비슷하게라도 하면 돼요.
-p.46
뼛속까지 내려가서 만든다는 것 / 영화 <벌새> 감독 김보라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아후, 왜 이렇게 안 좋지. 안 좋으면 안 되는데', 이렇게 쫓기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 내가 되게 안 좋구나' 하며 가만히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p.84
재능을 이기는 꾸준함 / <일간 이슬아> 작가 이슬아
저는 재능이란 말에 관심이 없어요.
누군가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너그럽지 않은 사람들은 큰 소리를 내죠.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그럴 거라 미루어 짐작하면서 계속 용기를 내야 해요. -p.128
할머니가 돼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 웹소설 <에보니> 작가 자야
잘되든 안 되든 뭔가를 끝까지 마쳐보는 경험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좋아한다고 표현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너무 들뜨지는 않으려고 해요. 반응이 좋아도 작가가 지나치게 신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독자들이 이런 부분에 반응하시는구나, 이런 전개를 좋아하시는구나, 알게 되면 저도 모르게 비슷한 걸 또 쓰고 싶어지거든요. -p.294
판타지 소설 한 편 쓰는 게 저한테는 신나는 꿈을 꾸는 것 같았죠. 처음에는 물론 독자 반응이 없었어요. 시간이 흘러 100편 이상 쌓이니까 조금씩 댓글을 달아주시는데, 하나하나 읽으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p.298
그때 완결을 안 썼으면 지금까지 부끄러운 일로 남았을 것 같아요. 잘되든 안 되든 끝까지 마쳐보는 경험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p. 327
먼저 걸어가는 사람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나의 우선순위는 정해져 있어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 여성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이라면 무조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지나가더라는 거예요. 나도 다 포기해야 할 것 같은 순간이 있었지만 그날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의 최선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어요.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준비가 되어 있어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준비가 뭘까 하는 고민과 노력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p.404
결국 인생이라는 게 정해진 시점에 무슨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포기해야 되는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 역시 중간에 한참 돌아왔지만 결국엔 내 자리를 찾은 경험이 있고, 방금 말한 그 친구를 보더라도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방향을 틀면 돼요. 다만 주저앉아 불안해하면서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게 저에게 중요한 깨달음이었어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좀 빨리, 혹은 좀 늦게 오기도 하는 거죠. -p.407
이 책의 인터뷰이 중에 굳이 나이를 따지자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이수정 교수뿐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나는 이들을 '언니'라고 부르고 싶다.
책 제목 처럼 <멋있으면 다 언니>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떠나서 본받고 싶은 점도 많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기에, 나도 모르게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이 멋진 언니들!
나도 멋진 언니가 되고 싶다. 멋진 언니가 되어야겠다.
<멋있으면 다 언니>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고유한 성취를 이루어낸 인터뷰이, 나이와 상관없이 리스펙트 하고 싶은 여성 인물들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p.5 프롤로그 중에서
프롤로그에 나온대로 리스펙트 하고 싶은 인물들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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