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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이야기

아침부터 병원

비 내리는 토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기 위해서다.

피부과와 안과. 학원에 가기 전에 두 군데의 병원을 들려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침부터 서두른다.

 

작년 가을, 아이의 발에 조그마한 사마귀가 생겼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사마귀는 점점 커졌고, 치료하지 않으면 더 번질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덜컥 겁이 났다.

아이들의 사마귀 치료는 냉동요법이라고 해서 드라이아이스를 사마귀 부위에 쏘아 균을 냉동시켜 죽이는 방식으로 한다고 했다. 간단할 줄 알았던 사마귀 치료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아프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치료였다.

아이는 사마귀 치료를 받는 날은 너무 아파서 걷는 것도 힘들어했다.

그래서 아이는 아빠와 함께 갈 수 있는 주말에 피부과를 간다.

작년 겨울쯤부터 시작했으니 꽤 오랫동안 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2주 간격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사실 3~4주 만에 가기도 했으니 기간이 길어진 건 진료일정을 지키지 않은 탓도 있다.

아무튼 우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기에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섰다.

 

피부과 바로 옆에는 아이가 다니는 안과가 있다.

올해 1월부터 드림렌즈를 끼기 시작한 아이는 피부과 옆 안과를 다니고 있다.

피부과에 가는 김에 안과를 들리기로 했다. 요즘 들어 자꾸만 눈이 충혈되기 때문이다.

두 군데 다 꽤 입소문을 탄 병원이라 그런지 진료 시작 전부터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는 먼저 피부과에 접수를 해두고는 안과로 향했다.

 

나는 아이의 충혈된 눈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극성스럽고 예민하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도 의사 선생님은 너무도 친절하게 사진 잘 찍어왔다며,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걱정되면 언제든지 오라고 얘기해주셨다. 원인은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한창 꽃가루가 날리는 4월부터 눈이 충혈되었다.

눈이 충혈되는 것이 혹시 렌즈 때문은 아닐까 노심초사하며 걱정하던 시간들이 해소되었다.

 

무사히 안과 진료를 마치고 다시 피부과로 이동.

아이는 피부과에 새로 오신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다.

피부과 선생님은 아이의 사마귀가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다며 오늘은 냉동치료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냉동치료를 안 받아도 된다는 말에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새로 오신 선생님이 최고라며 아이는 웃는다. 

선생님은 아실까? 이 병원에 오시자마자 선생님들 중 최고의 선생님이 되셨다는 걸. 

 

병원 진료를 모두 마치고 우리는 서둘러 이른 점심을 사 먹고 학원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비는 오는데, 차도 없고 남편도 없이 아이와 둘이 전철을 타고 병원에 가는 길이 마뜩지 않았었다.

하지만 밖에 나와 보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내 걱정도 아이의 두려움(사마귀 치료를 엄청 무서워했음)도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는 룰루랄라 가벼운 마음으로 학원에 갔다.

아침부터 병원에 다녀오길 잘했다.

 

진료대기 시간은 너무 길어요. 기나긴 시간, 책을 읽기도 하고 그림도 그려봅니다. 아이가 그린 <머리핀을 한 초록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