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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무라카미 T ...그리고 나의 T에 대한 짧은 이야기 라는 책을 읽고, 문득 나에게도 소중하게 간직해온 두 장의 T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 졌다. 무라카미씨는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도 상당히 재미있고 통찰력 있는 글을 뽑아낸다. 가끔 그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갸우뚱할 때도 있다. 그는 나이가 불분명한 사람이다. 그의 글은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솔직히 말하면 를 첫 장부터 정독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책에 실린 예쁜 T를 구경만 했다. 이 분, 정말 예쁘고 멋진 T가 많구나! 생각하면서. 그러다가 마음에 쏙 드는 T가 있거나, 끌리는 제목을 그저 손가는대로 읽었다. 무라카미씨가 R.E.M의 앨범을 좋아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그의 단편 가 실은 마우이 섬 시골마을의 자선매장에서 산 티셔츠에 쓰여있는 어떤 사람의 이름을 .. 더보기
캘리그래피 여섯 번째 수업 <이미지의 회화적 표현> 7월 9일 여섯 번째 수업 글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표현해 보는 연습을 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연습한다는 글자 '봄' , '꽃', '별'을 포함한 여러 단어들을 연습했다. 어떠한 글자의 이미지를 표현해서 쓴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초등학생처럼 받아쓰기도 했다. 선생님이 불러주시는 단어를 나름대로 이미지화해서 써보는 것이다. '뿔'이라는 단어와 '용수철' 그리고 '철푸덕' 이렇게 세 개의 단어를 불러주셨는데, 뭐하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나중에 선생님이 써주시는 글을 따라 써보는게 고작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이제 겨우 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 수준이니까. 받아쓰기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이번에는 자유롭게 자신이 쓰고 싶은 글자를 회화적으로 표현해 보라고 하셨는데,.. 더보기
붓펜 캘리그래피 수업 6월 18일 세 번째 수업 수업 시작 전에 선긋기로 손을 풀어준다. 주중에 집에서 전혀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진도는 나간다. 오늘은 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프린트물을 보고 똑같이 따라 그리는 수업을 했다. 이것 역시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았다. 그다음은 글씨 연습 판본체의 변형을 연습한다. (자음과 모음을 각각 연습해본다) 판본체 연습 다음으로는 조금 멋을 부린 형태의 자음과 모음을 써보았다. 자음과 모음을 몇 가지 형태로 써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나는 어린 아이들이 한글 연습을 하듯 ㄱ, ㄴ, ㄷ을 써나갔다. 지루하지만 집중력 있게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저만치 가있다. 잡념을 없애기에 이만한게 없는 듯했다. 6월 25일 네 번째 수업 드디어 .. 더보기
나만의 손글씨, 캘리그래피 (붓펜 캘리그래피를 배워보기로 했다) 2021년 6월 4일 처음으로 캘리그래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떤 도구를 갖고 어떤 식으로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시작했다. 일단 해봐야 좋은지 싫은지,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날은 캘리그래피가 무엇인지,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선긋기 연습을 했다. 캘리그래피 어원 : 그리스어 칼로스 (Kallos - 아름다운) + 그라피 (Graphe - 서체) → 국립국어원 : 우리말로 순화하여 '멋글씨'라는 표현을 사용 아름다운 서체를 고안하여 글씨를 쓰는 예술로 글에 감성을 담아내어 소통하는 장르 대상의 상징성을 함축적으로 표현 다양한 도구의 사용 → 문자, 즉 글자를 디자인하는 것 글자가 가지는 정보전달의 기능을 넘어 글의 내용에 맞.. 더보기
봉숭아 꽃물 들이기 해마다 이맘때 즈음, 아이의 손톱에 예쁜 봉숭아 꽃물을 들여준다.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기 위해 봄이 되면 봉숭아 꽃씨를 심는 것도 연례행사다. 어느 해는 꽃이 너무 적어서 다른 곳에서 꽃을 얻어 오기도 했고, 어느 해에는 집에서 키운 꽃으로도 충분해서 아이도 나도 남편도 온 가족이 다 함께 물들인 적도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열 손가락 모두 봉숭아 꽃물을 들이곤 했다. 동네 곳곳에 지천으로 피어 난 봉숭아 꽃을 따다 집에서 곱게 빻아 손톱에 올리고는 행여라도 손톱에 올린 꽃이 떨어질까 봐 꽃잎을 감싼 비닐을 실로 꽁꽁 묶었었다. 진하고 예쁘게 꽃물이 들길 바라면서 손을 이불 밖으로 내어놓고는 잠을 잤었다. 아침이면 손톱은 물론 손가락 마디까지 붉은 물이 들었던 기억. 그 오래전 기억으로 나는 내.. 더보기
여름방학에 뭘 하면 좋을까? 아이의 여름방학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작년엔 학교를 가는 둥 마는 둥 했으니, 방학이라는 게 따로 없는 느낌이었다. 그냥 일년 내내 방학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번 여름방학이야말로 아이가 처음 맞는 '제대로' 된 방학이다. 여름방학 기간은 에누리 없이 딱 한 달이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나는 학창시절에 단 한 번도 방학을 '알차게' 보내본 적이 없다.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몰랐고,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이의 방학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유치원 때는 방학이라고 해봐야 고작 일주일 뿐이어서 딱히 어떤 계획을 세우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학교 방학이 막막하기만 하다. 아이가 처음 맞는 여름방학.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더보기
운명은 바뀔 수 있을까? 언론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67퍼센트가량이 일 년에 한 번 이상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는다고 한다. - 「사주명리 인문학 p.6」 나는 일 년에 한 번 이상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는 67퍼센트가량의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갈 때마다 비슷비슷한 뻔한 얘기를 듣지만 그럼에도 해마다 점집을 찾게 되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나는 원래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희망적인 얘기를 듣고 싶다. 안 좋은 이야기들도 듣게 되지만, 부적을 써야 한다거나 굿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말은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당초 그런 말을 하는 곳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안좋은 일이 있더라도 (있을 것 같더라도) 조심하면 된다는 조언을 듣는다. 그리고 잘 될 거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나는 점집을.. 더보기
남들이 읽고 싶어하는 글을 쓰고 싶으니까 나는 글이라는 걸 써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글을 쓰고 싶어하는 걸 보면 뻔뻔한 건지 무모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극본도 써보고, 소설도 써보고 시도 써보았다. 예전에는 노래 가사도 곧잘 끄적였다. 되지도 않는 기타를 치면서 어설프게 멜로디를 만들고 노랫말을 지어 붙이곤 했다. 그럼에도 나는 글이라는 걸 써본 적이 거의 없다. 수많은 글의 종류들 나는 어떤 종류의 글을 쓸 수 있을까? 음악에도 여러 장르가 있듯이 글에도 여러 장르가 있다. 나는 어떤 장르의 글이 어울리는 사람일까? 음악 취향도 때때로 바뀌듯 글의 취향도 때때로 변한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다. 음악도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듣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글도 그렇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떤 글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