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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이야기

5월, 봄날의 경주 여행 <경주 황리단길>

첫째 날 (2021. 5. 21. 금)
말로만 듣던 황리단길.
무작정 가보았다. 뭐가 있는지 어떤 게 유명한지 맛집은 어디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알아볼 시간이 없었다고 하면 변명일까?) 정말 무작정 갔다.
그런데 이것도 나쁘지 않다. (라고 생각한다^^)
그냥 낯선 길을 걷다가 발견하는 예쁜 가게들과 맛있는 음식들은 여행의 즐거움이 되어준다.


너무 맛있었던 아이스크로플♡



경주 여행 첫날, 지친 발걸음을 쉬기 위해 들어갔던 오렌지빛 카페 <스위피> 너무나 맛있었던 크로와플과 커피!
나중에 알고보니 이 집이 크로플 맛집이라고 했다. 우연히 들어간 집이 알고 보니 맛집이라니!
미리 알고 갔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물론, 엄청나게 맛없는 식당에 들어가기도 했다.
어차피 여행객들이 주 고객이니 맛은 그다지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생각이었던 걸까?
정말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맛없는 음식을 (그것도 순두부찌개를!! 집에서 시판 순두부 양념을 넣고 끓여도 먹을만한 맛이 나오는 것을) 먹고 나니, 역시 맛집을 검색해서 줄을 서서 먹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맛집을 검색해 보았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된 곳이 카레 전문점 <카가와 식당>이였다.

내가 먹었던 치킨가라아게. 내 입맛엔 이 카레가 제일 맛있었다.



거리엔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여기 진짜 맛집 맞아?'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메뉴를 시켜 보았다. 아이는 기본 카레에 통삼겹구이를, 나는 치킨가라아게, 남편은 밀푀유 가츠 카레.
각각의 메뉴를 조금씩 먹어본 결과, '제대로 맛집을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가지 메뉴가 다 맛있었다! 특히 아이가 좋아했던 건 '밀푀유 가츠 카레'
이렇게 해서 첫날 저녁 식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둘째 날 (2021. 5. 22 토)
불국사를 들렸다가 다시 맛집 검색. 이번에는 맛있는 경주 밀면을 먹어보고 싶었다.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올라오는 글들을 다 믿을 수 있을까?
그래도 어제의 순두부보다는 맛있겠지 (순두부는 우리에게 나름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라는 생각으로 <불국사 밀면>이라는 곳을 선택했다.

<불국사 밀면>은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한적한 동네 골목에 있었다.
도착한 순간 단출한 간판 아래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가 제대로 맛집을 찾았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안녕, 나는 경주야> 책의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불국사 밀면의 밀면은 정말 맛있었다.
숯불향이 나는 따뜻한 돼지고기에 돌돌 말아서 먹는 밀면의 맛. 다시 경주를 간다면 또 먹으러 가야지.
한 그릇에 고작 7000원. 오늘 낮에 갔던 베이커리 카페에서 팔던 딸기우유와 같은 값이다.
더 올려 받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가격이었다.

다시 황리단길 -
우리는 밀면을 먹고는 다시 황리단길로 향했다.
이번에는 또 아무 데나 들어가 볼까?
이번에 들어간 곳은 <1909>라는 이름의 카페.
역시 크로플과 커피,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는 시원한 오미자차를 주문했다.


시원한 커피로 한숨 돌리고 나니 카페 안의 이곳저곳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가옥을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잠시 땀을 식힌 우리는 다시 황리단길을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 오면 길거리 음식도 먹어봐야지!
우리는 호떡을 하나 사들고 길을 걷다가 <대릉원 흑백 사진관> 앞을 지나게 되었다.
"여기서 가족사진 하나 찍을까?"
사진기사가 사진을 찍어주고 현상까지 해주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내외.
비용은 3만 원. 현금으로 내면 사진 5장을 받을 수 있고, 카드 결제는 4장을 받을 수 있다.
1만 원을 추가하면 원본 필름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우리는 현금 3만 원을 내고 5장의 가족사진을 받았다.
모자와 땀으로 꼬질꼬질해진 모습들이었지만 흑백이라 나름 티 안 나고 괜찮았다. ^^



마지막 날 (2021. 5. 23 일)
경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역시 황리단길에서.

경주를 떠나기 전, 우리는 마지막으로 황리단길에 들러서 점심 식사를 했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 스타일대로 그냥 발길 가는 곳으로 들어가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은 <동리>라는 가정식 백반집이었다.


그곳은 우리가 들어가니 이미 앞에 웨이팅 손님들이 몇 팀 있었고, 우리 뒤로 두 팀 정도를 끝으로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았다. 알고 보니 3시 30분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우리는 운치 있고 깔끔한 곳에서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처음 경주에 도착했을 때는 '충격의 순두부'를 먹었었지만, 마지막은 '맛있다' '깔끔하다'를 연발하며 훈훈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동리>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맛집이었다!
내가 특히나 <동리>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아이가 먹을 만한 메뉴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 음식이 매우 맛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집 꼬마는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 얘가 맛있게 먹으면 정말 맛있는 거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우리집 꼬마가 먹었던 '한우 바싹 불고기 정식 어린이 14000원 (어른은 18000원)


밑반찬으로 나왔던 삶은 계란이 너무 맛있었다. 내가 하면 왜 이 맛이 안날까?&amp;nbsp;



나는 오래전, 홍대 앞 골목골목과 이대 앞의 알록달록한 옷가게들을 사랑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런 골목들이 참 좋다.
생기가 넘치는 아름다운 곳.
나는 경주를 갈 때마다 황리단길을 가게 될 것 같다.
그때는 또 어떤 맛있는 식당과 카페를 발견하게 될까?
어떤 음식들을 만나고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될까?
나는 어슬렁어슬렁 가을의 황리단길을 걸어보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