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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이야기

반짝 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2000년 초반, 에쿠니 가오리를 비롯해서 많은 일본 작가들이 국내에서 꽤 인기를 얻었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그 당시 많은 일본 소설들을 읽었었다.
어딘지 모르게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소설의 내용 보다는 소설의 분위기에 더 끌렸다.
제목 역시 그랬다.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떻게 그 책이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울 준비는 되어 있다>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나도 모르게 그 책을 이미 사고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또 다른 소설 <도쿄 타워>는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국내 개봉도 했었다.

 

 

 


친구와 함께 영화 <도쿄 타워>의 시사회를 보러 갔었다.
40대의 여성이 자기 친구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도쿄 타워.
우리는 그들의 나이 차이보다, 영화나 소설의 스토리보다 여자 주인공의 아름다움과 남자 주인공의 풋풋함에 빠져들었었다. 나는 오랫동안 시사회에서 선물로 받은 클리어 파일을 들고 다닐 정도였다.
나는 지금도 아주 가끔 그녀의 소설을 읽는다.
특히나 기분이 쳐질 때는 <울 준비는 되어 있다>가 읽고 싶어 진다.
마치 달콤한 초콜릿이 먹고 싶어 지듯 말이다.
이 책을 산 게 2004년 5월이니, 근 20년 가까이 나에게 정신적 초콜릿이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 당신, 그거 어떻게 생각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쓸쓸함이 부유(浮遊)하는 느낌이다.
사치스러운 슬픔 같다.
나는 질척거리는 현실에서 부유(富裕)한 슬픔을 꿈꿔본다.
그녀처럼.
어차피 슬플 거라면 가난한 슬픔보다는 부유한 슬픔이었으면 좋겠다.

 

 


 

평소 열심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도, 그런데도 어쩌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연애 소설을 쓰고자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 그 사람을 느낀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천애고독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란 제목은 이리사와 야스오 씨의 시에서 빌려왔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

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

반짝 빛나는 여자도 샀다 반짝반

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에 넣었다 반짝반짝 빛

나는 여자가 손에 든 반짝반짝 빛나

는 냄비 속의 물고기 반짝반짝 빛나는

거스름 동전 반짝반짝 빛나는 여

자와 둘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

기를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

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돌아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

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

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을 하거나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용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것을 하고마는 많은 무모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힐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 「반짝반짝 빛나는」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