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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이야기

여름방학에 뭘 하면 좋을까?

아이의 여름방학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작년엔 학교를 가는 둥 마는 둥 했으니, 방학이라는 게 따로 없는 느낌이었다.
그냥 일년 내내 방학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번 여름방학이야말로 아이가 처음 맞는 '제대로' 된 방학이다.
여름방학 기간은 에누리 없이 딱 한 달이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나는 학창시절에 단 한 번도 방학을 '알차게' 보내본 적이 없다.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몰랐고,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이의 방학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유치원 때는 방학이라고 해봐야 고작 일주일 뿐이어서 딱히 어떤 계획을 세우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학교 방학이 막막하기만 하다.

아이가 처음 맞는 여름방학.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다시금 엄마의 고민은 시작된다.

일단, 아이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건 첫째, 엄마랑 서점 가기
둘째, 엄마랑 스타벅스 가기 (유치원에 다니기 전, 우리는 종종 둘이서 스벅에 가곤 했다. 아이는 그걸 기억하고는 그때처럼 엄마랑 단둘이 스벅에 가서 한라봉 젤리 주스를 먹고 싶다고 했다)
셋째, 엄마랑 도서관 가기 그리고 도서관에서 집에 오는 길에 맛있는 점심 사 먹기
이렇게 세 가지를 아이는 말했다.
너무나 근사했다.
나는 아이의 대답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 방학 때 뭔가 거창한 걸 하지 않아도 같이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점에 가서 반질반질한 새책들을 실컷 구경하다가 그중 마음에 꼭 드는 책이 있다면 사기도 하고,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스타벅스에서 함께 책도 읽고 맛있는 음료도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려도 보고 그렇게 유유자적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래도 어딘가 조금 허전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그래서 또 엄마는 고민해본다.
뭔가가 더 없을까? 하고.
계속할까 말까 망설이던 수영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시국에 수영을 보내는 게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이제 곧 3학년이 되면 수영을 새로 배우기가 더욱 요원해질 것 같았다.
먼저 아이에게 수영을 배울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아이는 혼자라도 배우고 싶다면서 내게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했다! (OMG!!!)

나는 아이풀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런데 전화를 걸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등록을 했는지 대기를 걸어야 된다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쩌면 학원의 상술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3명 이상의 친구가 팀을 만들어 오면 반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해서, 나는 평소 방학 때 수영을 할 뜻이 있던 엄마들에게 연락을 했다. 순식간에 3명의 팀이 만들어졌고, 성격 급한 나는 당장 수영장에 등록을 했다.
(방학 특강 수업은 주 3회와 5회가 있고 시간은 오전 9시 10시 11시, 우리는 주 3회 월수금 오전 11시로 반을 만들었다.
금액은 1회당 25000원 × 12회)
방학 한 달 동안 12번 수업으로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을지, 얼마나 실력이 늘지는 알 수 없지만 계속 미루기보다는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여름방학의 큰 계획은 만들어졌다.
바로 수영과 독서.

서점과 도서관 그리고 스타벅스를 넘나들면서 책을 읽으면서 유유자적 보내는 시간
친구들과 즐겁게 수영을 배우는 시간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줄기를 만들고 나니 방학 동안 이 두 가지만 충실히 해도 한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외갓집 근처에 있는 경춘선 숲길 (나의 유년기를 보낸 곳♡) 방학때 여기도 가야지 ^^

 

친정집 내 방(이제는 아니지만^^)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