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즈음, 아이의 손톱에 예쁜 봉숭아 꽃물을 들여준다.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기 위해 봄이 되면 봉숭아 꽃씨를 심는 것도 연례행사다.
어느 해는 꽃이 너무 적어서 다른 곳에서 꽃을 얻어 오기도 했고, 어느 해에는 집에서 키운 꽃으로도 충분해서 아이도 나도 남편도 온 가족이 다 함께 물들인 적도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열 손가락 모두 봉숭아 꽃물을 들이곤 했다.
동네 곳곳에 지천으로 피어 난 봉숭아 꽃을 따다 집에서 곱게 빻아 손톱에 올리고는 행여라도 손톱에 올린 꽃이 떨어질까 봐 꽃잎을 감싼 비닐을 실로 꽁꽁 묶었었다.
진하고 예쁘게 꽃물이 들길 바라면서 손을 이불 밖으로 내어놓고는 잠을 잤었다.
아침이면 손톱은 물론 손가락 마디까지 붉은 물이 들었던 기억.
그 오래전 기억으로 나는 내 아이에게 해마다 봉숭아 물을 들여준다.
지난 4월, 와이즈만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씨앗을 나눠주었다.
싹이 나고 꽃이 피어야 식물의 이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정성들여 씨앗을 심고 키웠다.
그 씨앗의 정체는 바로 '봉숭아꽃'이었다.
(씨앗은 아이들마다 달라서 어떤 친구는 해바라기, 또 어떤 친구는 나팔꽃 등 여러 종류였다. 그중에서 봉숭아 씨앗이 우리에게 온 건 행운이었다! ^^)
올해는 따로 봉숭아 씨앗을 사서 심지 않아도 되겠구나. 나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4월 11일에 심었던 씨앗에서 우리는 6월 20일 일요일에 꽃을 수확했다.
수확한 봉숭아꽃과 잎을 곱게 빻아 아이의 열 손가락에 올려주었다.
(봉숭아 물이 진하게 들려면 꽃보다 잎이 더 많아야 한다고 들었다. 약국에서 명반을 사서 섞어주면 좋다.)
어린이용 비닐장갑의 손가락 부분을 잘라서 봉숭아꽃잎을 감싸주고 아이의 미니 고무줄 밴드로 감아주었다.
우리는 함께 영화를 보면서 봉숭아 꽃물이 잘 들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해서 올해의 봉숭아꽃 물들이기 행사도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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