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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이야기

반짝 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2000년 초반, 에쿠니 가오리를 비롯해서 많은 일본 작가들이 국내에서 꽤 인기를 얻었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그 당시 많은 일본 소설들을 읽었었다. 어딘지 모르게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소설의 내용 보다는 소설의 분위기에 더 끌렸다. 제목 역시 그랬다. 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떻게 그 책이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나도 모르게 그 책을 이미 사고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또 다른 소설 는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국내 개봉도 했었다. 친구와 함께 영화 의 시사회를 보러 갔었다. 40대의 여성이 자기 친구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도쿄 타워. 우리는 그들의 나이 차이보다, 영화나 소설의 스토리보다 여자 주인공의 아름다움과 남자 주인공의 풋풋함에.. 더보기
5월, 봄날의 경주 여행 <경주 황리단길> 첫째 날 (2021. 5. 21. 금) 말로만 듣던 황리단길. 무작정 가보았다. 뭐가 있는지 어떤 게 유명한지 맛집은 어디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알아볼 시간이 없었다고 하면 변명일까?) 정말 무작정 갔다. 그런데 이것도 나쁘지 않다. (라고 생각한다^^) 그냥 낯선 길을 걷다가 발견하는 예쁜 가게들과 맛있는 음식들은 여행의 즐거움이 되어준다. 경주 여행 첫날, 지친 발걸음을 쉬기 위해 들어갔던 오렌지빛 카페 너무나 맛있었던 크로와플과 커피! 나중에 알고보니 이 집이 크로플 맛집이라고 했다. 우연히 들어간 집이 알고 보니 맛집이라니! 미리 알고 갔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물론, 엄청나게 맛없는 식당에 들어가기도 했다. 어차피 여행객들이 주 고객이니 맛은 그다지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생각이었던 걸까? .. 더보기
하기와라 사쿠타로 단편선 <고양이 마을> 얼마 전 모리 마리의 을 읽다가 그녀가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딸 (하기와라 요코 - 그녀는 자신이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딸이라고 불리면 화를 냈다고 한다)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혼자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다. 하기와라 사쿠타로는 오래전 내가 좋아했던 시 의 시인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단편소설 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 작가가 의 시인과 동일인물이라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 그리고 그 사실에 혼자 또 놀라워했다. 동일 인물의 글을 내가 좋아하고 있었다니!! 어쨌든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을 다시 읽었다. 아마도 은 일본어 원서로, 시 는 번역된 글로 보아서 둘을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번에는 도 번역된 책으로 읽어보았다. 은 모르핀 중독의 방향 감.. 더보기
모리 마리의 아빠 <모리 오가이> 며칠 전 모리 마리의 에세이 을 읽게 되면서 그녀가 모리 오가이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치 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처럼 내게는 꽤나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모리 오가이' 책에서 보던 그 이름. 소설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의 소설도 몇 편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의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모리 마리와 같은 여성을 길러 낸 아빠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아빠'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모리 마리라면 분명 나이가 들어서도 '아빠'라고 불렀을 것 같기 때문이다.) 모리 오가이 (1862~1922) 1862년 대대로 의사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메이지 유신 후 집안 전체가 도쿄로 이주했으며, 1881년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육군 군의로 입관했다. 1884년부터.. 더보기
하기와라 사쿠타로, <홍차와 장미의 나날>에서 만난 기억 내부에 있는 사람이 기형의 병자로 보이는 이유 - 하기와라 사쿠타로 나는 커튼 레이스 그늘에 서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얼굴을 흐릿하게 보이게 하는 이유입니다 나는 손에 망원경을 들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저는 아주 먼 곳을 보고 있습니다 니켈로 만든 개라든가 양이라든가 머리가 벗겨진 아이들이 걷고 있는 숲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저의 눈을 얼마간 흐릿하게 보이게 하는 이유입니다 나는 오늘 아침 양배추 접시를 너무 먹었습니다 게다가 이 유리창은 너무나 엉터리입니다 그것이 저의 얼굴을 이렇게 심하게 일그러져 보이게 하는 이유입니다 실상을 말하면 저는 지나칠 정도로 건강한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어째서 당신은, 거기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가 어째서 그렇게 섬뜩하게 웃고 있는가 아아 물론, 저의 허리부터 밑이라면 그.. 더보기
홍차와 장미의 나날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예쁜 책 표지와 예쁜 책 제목에 끌렸다. '모리 마리'라는 작가는 누구일까? 이름도 책만큼이나 예쁘다고 생각했다. 옮긴이의 서문에서 나의 궁금증은 단번에 풀렸다. 그리고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모리 마리는 바로 '모리 오가이'의 딸이었다! 모리 마리는 '모리 오가이의 딸'이라고 불리는 걸 싫어했을까? 대부분은 누구누구의 딸, 아들이라고 불리는걸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 서문에서 보니 모리 마리는 아버지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았고, 마리 역시 아버지를 존경하고 좋아했던 것으로 봐서는 '모리 오가이의 딸'이라고 불린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무튼, 그녀가 모리 오가이의 딸이라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그렇다면 그녀는 몇 년생이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침과.. 더보기
아침부터 병원 비 내리는 토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기 위해서다. 피부과와 안과. 학원에 가기 전에 두 군데의 병원을 들려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침부터 서두른다. 작년 가을, 아이의 발에 조그마한 사마귀가 생겼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사마귀는 점점 커졌고, 치료하지 않으면 더 번질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덜컥 겁이 났다. 아이들의 사마귀 치료는 냉동요법이라고 해서 드라이아이스를 사마귀 부위에 쏘아 균을 냉동시켜 죽이는 방식으로 한다고 했다. 간단할 줄 알았던 사마귀 치료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아프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치료였다. 아이는 사마귀 치료를 받는 날은 너무 아파서 걷는 것도 힘들어했다. 그래서 아이는 아빠와 함께 갈 수 있는 주말에 피부과를 간다. .. 더보기